인종차별은 남의 이야기일까?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우리나라 제주도에 난민 신청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사회는 난민 수용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의 논쟁으로 시끄러웠다. 그들의 종교가 문제였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 후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다양한 토론도 연일 이어졌다. 우리에게 도움을 준 현지인의 체류를 허가하는 선에서 논쟁은 일단락됐으나, 이런 방침이 전해지기 전까지 아프간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대다수였다. 역시 종교가 문제였다.
그들 대다수는 무슬림이고, 그 이유만으로 ‘무슬림 테러리스트’와 동일시됐기 때문이다. 대개의 난민 발생 국가들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는 그전까지 이민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이제 세계가 좁아지고 국가 위상이 올라가면서 난민 수용 문제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렇게 나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 출신 국가에 따라, 종교를 가진 사람이나 집단에 편견을 갖고 차별하는 것이 바로 인종차별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인종차별을 직접 겪은 이민자의 이야기
이 책의 세 주인공은 만화가 이즈마엘 메지안느, 인류 유전학자 에블린 에이에르, 역사가 카롤 레이노-팔리고이다. 중동계 이민자로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이즈마엘은 무슬림에 의해 일어난 슈퍼마켓 테러, 샤를리 에브도 테러 등을 겪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민감하게 느낀다. 중동인이라는 이유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여겨지는 현실, 주위 이민자들에 팽배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을 겪으며 이즈마엘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기로 한다. 그리고 에블린과 카롤을 만나서, 그들에게 인종차별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듣고 이해할 기회를 갖는다.
사람들은 왜 인종차별주의자가 될까?
이즈마엘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 준다. 주변에서도 우리와 다른 피부색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저개발 국가에 사는 사람을 차별하는 이야기가 아무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