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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기억 : 지속과 소멸의 이중주
저자 서길완
출판사 은행나무
출판일 2021-11-12
정가 9,900원
ISBN 97911673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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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기억 강박 시대의 풍경

1장 기억과의 전쟁
기억과의 사투
신비로운 기억 능력?
기억의 역습
과거와의 사투가 벌어지는 현장들

2장 기억의 누수와 복원
기억의 가치
과거의 경험, 꼭 그대로 ‘리콜’돼야 할까?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으로 인해 초래된 기억장애와 마주할 때,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들
트라우마적 기억을 다루는 어려움

3장 누수된 기억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트라우마적 기억과 간접적 트라우마
기억해야 비로소 잊을 수 있는 기억
내 과거, 내 손으로 ‘포샵’하자

4장 망각의 가치, 그 필요성
무엇을 잊어야 하는가?
기억하는 능력만 진화한다면?
디지털 기억 감시 시대의 위험
나를 잊어주세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회
기억과 망각의 시장
망각의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나가며
망각해도 괜찮아, 다시 기억하면 되니까
기억의 날실과 망각의 씨줄

인명 설명
참고문헌
‘토탈리콜’이라는 환상과 기억 강박의 시대,
망각에 대한 오해를 풀다

저자는 망각과 기억이 지닌 각각의 중요한 역할을 제시한다. 먼저 불필요하거나 아픈 상처를 잊음으로써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망각의 역할과 반대로 잊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충격적인 기억을 마치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새롭게 기억하여 지금의 자아를 단단하게 만드는 ‘서사적 기억’으로서의 기억의 역할이다. 두 관점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선보이는 것은 바로 ‘아픈 상처’이자 ‘충격적인 기억’인 트라우마적 기억이다.
기억 강박의 시대는 무엇이든 더 잘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발자크의 중편 <아듀>는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자아를 해치는 기억이 존재함을 알려준다. 본디 귀부인이었던 스테파니는 전쟁통에 남편이 사고사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본인은 적군에 나포되어 2년간 성적 유린을 당했다. 이 심대한 고통을 마주한 그녀의 자아가 택한 것은 그 끔찍한 기억과 함께 모든 것을 잊는 것이었다. 스테파니의 옛 연인 필리프가 ‘아듀’(영원한 안녕만을 외치고 다니는 광인이 된 스테파니를 되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여 그녀에게 모든 기억을 되찾게 했을 때, 스테파니는 진정으로 안녕을 고하고 심장이 굳어 죽어버리고 만다. 이렇듯 자아를 위협할 정도로 끔찍한 기억도, 생존을 위한 망각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사람들은 트라우마적 기억들을 그저 기억 속에 묻어놓을 수만은 없다. 여기서 저자는 임상 심리학자 피에르 자네의 유명한 치료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심지어 신경증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하는 트라우마적 기억들에 올바르게 대면하는 것이 그 극복에 중요함을 시사한다. 이때 기억에 대면하는 방법으로 ‘서사적 글쓰기’를 제시한다.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를 쓴 사회학자 수잔 브라이슨과, 유방암에 걸려 유방 절제술을 받은 이후 사람들의 반응으로 입었던 깊은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암 일기》를 쓴 시인 오드리 로드의 사례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