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프롤로그_매일이 만들어 내는 인생의 드라마
언제나 함께인 번영과 몰락 │ 양극단 사이에서 │ 사라지지 않을 여인들 │ 간극을 채우는 일상
1부 홍(紅, 여성들의 이야기
1장. 배경들―리듬과 규방 그리고 할머니
규중 이야기, 끝없이 되풀이되는 리듬 │ 규중에서 만나는 커다란 세상 │ 할머니가 만들어 내는 세계
2장. 대옥―넘치는 에로스, 삶의 비애
고해(苦海에 뛰어든 슬픔의 신체 │ 사랑싸움? 사랑=싸움 │ 넘치는 에로스, 시가 되다
3장. 보차―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
덕이 흐르는 신체 │ 연적과의 우정 │ 강하기 때문에 순종할 수 있다 │ 엇갈린 세계관, 부부의 평행선
4장. 희봉―두 얼굴의 여인, 추락하는 봉황새
카리스마의 명과 암 │ 각별한 금슬과 잔인한 응징 │ 워크홀릭과 인정욕망의 병
5장. 습인―가장 은밀하게, 제일 끈기있게
몸의 거리 ‘0’ │ 도련님 간수하기 │ 시녀의 자기본위 │ 자성(磁性을 잃은 자석, 이제는 남남
6장. 청문―요염한 외모와 천진한 사랑
외모는 요염해도 풍류는 남의 일 │ 뺀질이 응석받이, 시중받는 시녀 │ 의리와 사랑의 씨줄과 날줄
7장. 우삼저―두 개의 음란코드, 팜므파탈과 절세가인
음란이란 무엇인가 │접근할 수 없는 치명적 아름다움 │존재의 변신
8장. 원앙―무정한 독신주의자의 정(情
독신주의 선언 │첩으로 살기, 불구덩이 속의 문둥병 │ 무정에서 치정까지, 하나의 정
9장. 결혼은 소녀의 무덤이다
결혼이라는 비극 │ ‘소녀’의 죽음에 보내는 애도
2부 루(樓, 가문의 이야기
10장. 되돌아오는 시간들―흥망성쇠와 인연과보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찰나의 영광 │ 천릿길 잔칫상의 끝 │ 터럭 한 올의 인연 │ 인연과보의 법칙
11장. 잔칫날 풍경에 비친 가문의 운명
망종절의 꽃제사, 가문의 봄날 │ 그믐제사, 어두운 밤의 요란한 잔치 │ 쓸쓸한 중추절, 쇠락
??대중지성, 홍루몽과 만나다?? 지은이 인터뷰
1. 『홍루몽』은 『삼국연의』, 『수호지』, 『서유기』와 함께 중국 4대 명저로 꼽히는 책입니다만, 『삼국연의』 등에 비해서는 독자들에게 덜 알려진 편인데요. 먼저 『홍루몽』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지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홍루몽』은 가보옥과 임대옥, 설보차라는 세 명의 풋풋한 십대 소년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 줄거리인 대하소설입니다. 또 ‘몽’(夢 자가 들어간 것에서 눈치챌 수 있다시피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판타지 소설이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사대명저 중에서 『홍루몽』을 최고로 꼽고, 전 세계 문학인들에게도 『홍루몽』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바로 옆의 우리에겐 좀 생소하죠. 그건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수호지』나 『삼국지』와 같이 남성 중심적인 영웅서사와 역사 중심의 시간들을 지내 왔다는 걸 반증하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 우리 시대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보는데요,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여성적인 가치에 대한 관심입니다. 그 때문에 더욱 지금 우리에게 『홍루몽』이 소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치의 전환은 당위나 투쟁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분위기로 젖어들어야 하잖아요? 『홍루몽』은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자, 여성적 가치를 예찬하는 소년이 주인공이거든요.
명문거족의 흥망성쇠에 꿈속 신선계까지 아우를 정도로 스케일이 크지만 제가 집중한 이 책의 진정한 묘미는 마음[情]의 미세한 결들을 따라가는 데에 있습니다. 매일매일 아침이 시작되면 세수하고 옷 입고 문안인사를 드리고 밥 먹으면서 한가하게 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다 말 한마디에 삐지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하고, 재밌어서 까르륵 넘어가기도 하는 그런 일상의 순간순간이 『홍루몽』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그런 매일이 쌓여서 사촌 남매들 간의 삼각관계가 비극적 러브스토리가 되고, 가문은 꼭대기에 올랐다가 추락합니다. 어떤 사건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매일의 시간이 모여서 스토리가 되어 갑니다. 『홍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