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시작하며
그들이 있기에 나는 지금 행복하다
인증 샷, 근대 유럽 초기부터 유행하다 _ 풍경화의 대가 안토니오 카날레토의 ‘촉’
나폴레옹 우상화에 목숨을 건 화가 _ 신고전주의 창시자 자크 루이 다비드 이야기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가 진품일까? _ 또 다른 <모나리자>에 대한 끊임없는 소문과 주장들
대문호 스탕달을 주저앉힌 그림 한 편 _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에 얽힌 이야기
정점에 오른 순간 몰락이 시작되었다 _ 바로크 미술의 대가 렘브란트의 <야경>에 얽힌 이야기
나이키를 참수하라! _ 성상 파괴 운동으로 수난당한 예술품들
서양 미술사 이야기 1
고대 동굴 벽화부터 중세까지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이 세상의 주인공! _ 플랑드르 화가 브뤼헐의 독특한 신화 해석
보석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_ 영롱한 파란색 울트라마린 이야기
드디어 유다가 예수와 겸상을 하다 _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유다 찾기
아동 성추행범으로 쫓아내더니, 이제 와서… _ 오스트리아 천재 화가, 에곤 실레 이야기
벽지보다 못한 그림이 서양 미술사를 전복하다 _ <인상, 해돋이>로부터 인상주의가 시작되다
공모전 낙선자가 해결한 120년 난제 _ 피렌체 대성당 ‘돔’을 설계한 브루넬레스키 이야기
서양 미술사 이야기 2
르네상스, 드디어 예술가가 나타나다
예수, 나폴레옹 군대에 총 맞아 죽다 _ <1808년 5월 3일>을 그린 고야 이야기
르네상스 대표작에 새겨 넣은 영원한 사랑의 표시 _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 숨겨진 로맨스
세계 최고의 권력자에게 대든 일개 장인 _ <천정화>와 <최후의 심판>을 그린 미켈란젤로 이야기
아버지와 딸이 같은 주제, 다른 표현으로 그린 그림 _ 최초의 페미니스트 예술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짝다리를 짚어야 아름다운 예술이 됩니다 _ 서양 미술 속 자세에 얽힌 사연들
예술의 천사는 딱 37년 동안만 _ 미술의 천사, 음악의 천사
서양 미술사 이야기 3
화려한
에두아르드 마네의 도발 그리고 의문의 1승
: 주류 사회에 도전하여 새로운 세계를 열다
오랫동안 서양 미술계는 국가가 세운 ‘아카데미’의 엄격한 기준 아래 작품의 가치를 매겼다. 기독교와 신화, 역사의 한 장면을 포착하거나 왕족과 귀족의 모습을 담아야 기준을 통과하고 화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서민과 그들의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화단(畵壇의 배척을 피할 수 없는 자살 행위였다. 1863년 프랑스에서 비슷한 시기에 여인의 나체를 소재로 한 두 개의 작품이 내걸렸다. 하나는 국가가 주최한 ‘살롱’에서 극찬을 받은 뒤 황제가 구입했고, 나머지는 평단의 극렬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호평을 받은 작품은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이었고,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작품은 에두아르드 마네의 <올랭피아>다.
<비너스의 탄생>에서 여신 비너스는 바다의 물결 위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나체로 누워 있다. 그림 앞에서 신사들은 비너스의 나신을 감상하며 자신의 지식을 뽐냈다. 여인의 나체를 대놓고 바라보면서도 신사들이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그림이 ‘신화’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네의 <올랭피아> 앞에서 신사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벗은 몸을 드러낸 여인이 프랑스에서 널리 알려진 모델 빅토린 뫼랑이었다. 익히 아는 여자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침대 위에 누워 있다. 비너스처럼 수줍어하지도 않는다. 관람자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불쾌함을 느낀 신사들 중 일부가 그림을 지팡이로 두들긴 탓에 <올랭피아>는 관람객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겨져야 했다.
마네는 같은 해에 그린 <풀밭 위의 식사>라는 그림을 전시회에 출품한다. 두 여자와 두 사람의 신사가 등장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도 빅토린 뫼랑은 벌거벗은 채 관람자를 응시하고 있다. 음식물이 흐트러져 있고, 뒤쪽의 여자는 몸을 씻고 있다.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그림을 접한 신사들은 자신의 치부가 드러난 것만 같은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