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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조선 사회주의자 열전 : 새로운 세계를 꿈꾼 인간, 그들의 삶과 생각을 다시 찾아서
저자 박노자
출판사 나무연필
출판일 2021-10-15
정가 19,000원
ISBN 97911878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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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_사회주의 운동, 그 ‘선구’의 의미를 되새기며

1강 신남철 _식민지 조선의 제국대학에 출현한 주체의 철학자
2강 박치우 _파시즘의 기원을 찾아 나선 이론가이자 비운의 빨치산
3강 임화 _한국적 근대의 근원을 모색한 유기적 지식인
4강 김명식 _식민지 시대 최고의 명필, 한국적 좌파의 토대를 마련하다
5강 남만춘과 김남겸 _조선과 러시아의 경계에서 사회주의를 꿈꾼 디아스포라들
6강 최성우와 양명 _모스크바에서 조국의 현실을 바라본 급진파 조선인들
7강 한위건 _중국공산당의 노선을 파고들어 활약한 이념형 운동가
8강 허정숙 _붉은 페미니즘을 선도한 조선의 엘리트 신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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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지식인 사회, 그 중심에 있던 사회주의자들
조선의 사회주의자로 필자가 가장 먼저 주목한 인물은 경성제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동아일보》 학술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연구자 생활을 이어가다가 모교에서 교수를 지낸 철학자 신남철(申南澈, 1907~1958이다. 일제강점기의 사회주의 역사를 살펴볼 때, 운동으로서의 역사뿐만 아니라 사상으로서의 역사도 함께 짚어봐야 한다는 점에서 신남철을 우선 살펴보았다. 그는 해외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조선에서 원전을 읽고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인 국내파로서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경성제대는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식민주의 이론을 생산하는 기관이었다. 일본의 좌파 지식인들에게 식민지 대학의 교수직은 마음 편치 않은 자리였다. 그럼에도 본국과의 거리감 때문인지 특히 경성제대 철학과는 일본 학계와 견주어보더라도 리버럴한 분위기였다. 이곳의 교수였던 사회주의자 미야케 시카노스케(三宅鹿之助는 조선의 노동운동가 이재유를 교수 관사 지하 토굴에 숨겨주었다가 발각되는 바람에 감옥 생활을 하기도 했다. 신남철은 바로 그의 제자로 마르크스의 저작을 독일어 원전으로 배우면서 19세기의 유럽 문화까지 폭넓게 학습한, 세계성을 바탕으로 조선의 문제를 고민한 연구자다.
그는 집단적 투쟁을 벌일 수 있는 개성적이고 실천적인 개인을 모색하면서, 동시에 관념주의자가 전체주의에 이용될 수 있는 측면을 잘 지적한 이성의 철학자였다. 또한 주변부 국가의 인텔리로서 변혁운동에 한발 들이게 된 자신을 규명해보려는 시도였는지, 세계 체제의 주변부에 혁명 전위가 만들어지는 상황을 왕양명의 지행일치 철학과 결부해 설명하기도 했다. 신남철은 해방 이후 월북해 김일성종합대학 철학과 교수로 북한 철학계의 초기 기틀을 마련했으나, 주류에서 밀려난 뒤 병사한다. 남한에서는 월북 때문에, 북한에서는 주류에서 밀려났기에, 서서히 잊히며 재조명하기 어려웠던 안타까운 인물이다.
경성제대 철학과를 거치며 사회주의자가 된 또 한 사람이 있으니, 그는 박치우(朴致祐, 19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