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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두 번째 글쓰기 : 당신의 노동을 쓰는 나의 노동에 관하여
저자 희정
출판사 오월의봄
출판일 2021-10-18
정가 15,000원
ISBN 9791190422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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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사라지는 조각들을 주워 담는 일 4

1부 기록, 서로 얽혀 빚어진 15

1. 취재 현장: 삶의 토막 하나를 건져 올려 17
2. 인터뷰: ‘물으러’ 온 사람이 아니다 32

2부 오늘, 인터뷰를 망치다 51

1. 외국어는 다 영어인 줄 알지 53
2. 내 이름은 글에 넣지 마세요 66
3. 트랜스젠더 처음 봐요? 78
4. 그런 말 불쾌합니다 86
5. 믿어져요? 100

3부 싸우는 여/성들 113

1. 싸우는 여자는 어디든 간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217일 파업 115
2. 우리 또 해고야:
네 번째 해고를 맞은 시그네틱스 여성 노동자들 130
3. ‘나 자신’으로 노동하기:
퀴어 세 사람과의 A/S 인터뷰 141
4. 다른 몸들, 장르가 바뀐 삶:
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보고 159

4부 그럼에도 기록하기까지 173

1. 오늘이 제일 좋아, 제일 재밌어:
대학 청소 노동자 노조 설립 175
2. 몹시도 중요한 이야기: 회사가 사라진 사람들 187
3. 타인의 고통 앞에서: 고통을 적는 일의 역설 199
4. 노동 대신 죽음을 보다:
일하다 죽는 사람들, 그 후 이야기 213

에필로그 혼자 하는 사랑의 면모 233
후기 241
발표 지면 243
응답과 알아챔: 기록글이 빚어지는 과정

“그저 말을 원했다. 꼭 완결된 말일 필요도 없다. 말을 쉬는 타이밍, 생각을 가다듬는 헛기침, 침묵, 떨림. 이 모든 것이 섞인 ‘말’을 원했다. ‘몰라’도 좋고 ‘아니’도 좋았다. 꼭 음성언어일 필요도 없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내가 해독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내가 그(들의 대화에 동참할 수만 있다면. 그런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응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난감할 때가 많다. 때론 너무 많은 것을 물어 자책했고, 때론 중요한 무언가를 묻지 않은 것을 한탄한다. 무엇을 들어야, 얼마나 알아야 응답할 수 있을까. 잘 듣는다면 응답할 수 있을까.
기록자와 인터뷰이가 나눈 대화가 글이 되는 아름다운 순간은 도통 오지 않는다. 인터뷰이가 슬쩍 보여주는 것은 그의 삶의 한 토막일 뿐이다. 기록자는 겨우 그 토막을 엿보고서 그의 삶을 아는 척 적어내려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기록자에게는 불안이 있다. 세상 역시 자신이 읽어내린 방식으로 그를 읽어내릴 거라는(바로 이것이 세상의 응답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 역시 인터뷰이에 대해 잘 모른다는 불안감. 기록자가 끊임없이 자신의 해석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어쩌면 해석과 해독이라는 것은 어떤 대단한 지적 행위가 아니라 사소한 알아챔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매일 술을 마신다는 나이 든 현장 노동자가 쓱 짓는 웃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내가 가닿을 수 없는 낯선 곳을 슬퍼하지 않기로 한다. 그저 같이 웃는다. 돌아서 저이의 웃음 속에 숨겨진 시스템과 제도를 파악하려 애쓰며, 그가 짊어지고 가야 할 위험을 헤아리고, 이로부터 이득을 얻는 이를 생각한다.”
내게 말을 들려준 이들이 보여주는 시선과 관계가 기록자인 나의 세계로 들어올 때 나 또한 다른 언어를 가지게 된다. 나의 세계 또한 그들에 의해 확장된다. 그들의 세계를 올곧게 전할 자신은 없지만, 공간과 사건, 삶과 시대에 대한 해석을 들려주는 인터뷰이에게 나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