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데서 피어나는 이해
공주님은 다른 사람의 마음보다 자신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청혼하고 싶어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기 기준에서는 외모가 못생겼다고 바로 말하잖아요. 이런 모습을 보면 공주님의 태도는 정말 가차 없죠. 바로 싫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상대가 잘 알아듣도록 둘러댈 수도 있었을 텐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요. 공주님이 에둘러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상처를 받든, 받지 않든 그건 공주님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그런 공주님이 하인 하나 없는 작은 오두막에서 살기 시작하니까 좀 다른 거예요. 청소, 요리와 같은 집안일을 돌보게도 되고, 상처투성이 손으로 바구니를 만들어야 하지요. 거친 실에 베여 가며 서투르게 베를 짜고, 시장에서 항아리도 팔아 보고, 궁전에서 부족한 일손을 돕지요. 심지어 시장에서 항아리를 팔 때는 어떤 군인과 부딪혀 항아리가 깨지고 말지요. 공주는 그 깨져 버린 항아리를 보며 눈물까지 흘려요. 이전 같았다면 공주가 항아리가 깨졌다고 눈물을 흘렸을까요? 전혀 아니었겠지요.
공주님은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내 힘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구나.’,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 덕분에 내가 이렇게 편히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로구나.’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 거예요.
갖가지 장식들로 휘황찬란하게 빛이 나는 무도회장. 그 속에서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 틈에 초라한 공주님. 그런데도 공주님은 예쁜 옷이나 보석보다는 남편과 함께 나누어 먹을 음식부터 챙겨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배려해주는 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기도 하고, 예전에 가졌던 것들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겠지요.
결국 지빠귀수염 왕자님이 꾸민 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예전의 공주님이었다면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예요. 본인을 고쳐 주려고 꾸민 일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이제 공주님은 왕자님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