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나하고만 눈 맞추는
버찌 14 물구나무 16 피아노 연주 19
웨하스를 먹는 시간 20 일어서는 바닥 23 발표 24
초승달 26 새를 기다리기로 했다 28 열매들 30
2부 노래를 가르쳐 주던
쌀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34 접시엔 자두가 한 알 36
여름이 창유리에 한 일 38 뭉치 40 톰슨가젤은 달린다 42
달빛 밟기 45 종소리를 주웠다 48 선물 50 아기 고양이의 꽃씨 52
3부 얇디얇은 흰
열한 살의 가을 아침 56 빈방 58 어떤 인사법 60
이모네 청송 사과 62 여우비 64 오늘의 거울 속엔 오늘 내 얼굴 66
귀뚜라미별 67 이파리 한 닢이 초록 물고기처럼 70
이 벽보는 제가 뗄게요 72
4부 살래살래 창가를 떠다니는
자고 가면 안 될까요? 76 사라지는 비누 80 어항이 된 집 82
태풍과 장미 86 겨울 아침 89 검정 보드마커 90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92 벨이 우는 방향 94
나는 잎이야,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를 들었다 96
해설_유강희 98
여름이 수런대는 잎사귀로 바람을 그린다
바람이 쏟아진다
철저하고 지극한 관찰로 그려낸 세밀화
“벚나무 무성한 잎사귀 사이 ? 까만 마침표 같은/ 버찌 하나”(「버찌」, “물그릇에서 부리 사이, 수정이 깨지는 것처럼/ 부서져 내리는/ 물방울.”(「새를 기다리기로 했다」, “여름의 붓 속에 숨었던 파도가/ 쏴아 밀려갔다 쏴아 밀려온다./ 언뜻언뜻 하늘이 드러난다”(「여름이 창유리에 한 일」, “한밤중 잠에서 깼어./ 방바닥에 달빛이 소복했어. 손바닥으로 쓸면/ 뽀얗게 묻어날 것 같았어.”(「달빛 밟기」.
동시집을 펼치면서 가장 먼저 독자의 감각으로 육박해 들어오는 것은 마치 그린 듯한 시각적 이미지들이다. 빽빽한 잎 사이 작은 검정이 나하고만 눈을 마주치는 또렷한 기쁨의 순간부터 사나운 바람이 여름 잎사귀를 붓 삼아 창유리를 때리며 그리는 격렬한 감정까지, 순식간에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그림을 새겨넣는 작품이 여럿이다.
시인의 대상을 향한 지극한 관찰과, 철저한 탐색 끝에 선택된 언어들은 시라는 형식 안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뛰쳐오르고 솟구친다.
“시인의 뛰어난 회화적 묘사는 마치 대상을 시각 이미지로 탁본한 듯 한 컷 한 컷 생생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우리 ‘심장’에 물빛 무지개를 아로새기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 힘에 의해 우리는 세계의 심연 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갈 수 있다.” 해설을 쓴 유강희 시인의 말처럼 이 독보적인 능력에는 로켓의 발사체처럼 우리를 한달음에 차원 너머로 보내는 힘이 있다.
접시는 놀라서 잠에서 깼어요
휘둥그레 둘레가 생겼어요
이곳과 저곳의 경계가 뒤집히는 몰아의 순간
냐아옹, 하품하며 앞다리를 쭉 뻗는다.
뒷다리를 뻗고 몸을 길게 늘여
바닥이 되었다.
엎질러진 흰 우유처럼
바닥보다 더 바닥이 되었다.
_「일어서는 바닥」 부분
바닥보다 더 바닥이 된 고양이는 어떻게 하면 바닥보다 더 바닥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물을 틈도 주지 않고 물풀이나 물고기가 되어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