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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모든 것이 다 있다 - 고래뱃속 창작동화 4
저자 김전한
출판사 고래뱃속(아지북스
출판일 2021-10-04
정가 11,000원
ISBN 9791190747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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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다 있는 세상에선 밥 대신 알약을 먹고 걸음은 무빙워크로 걷고 사랑은 성격 매치 프로그램으로, 미움은 간단한 클릭으로 해결합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예의 없는 행동은 금물이어서 방귀, 코골이, 기침과 트림은 진작에 퇴출당했습니다. 슬프고 짜증 나는 부정적인 감정은 물론 웃음이나 설렘, 기쁨의 감정도 소모적이라는 이유로 없어졌죠. 그런데 삶을 힘들게 하는 것들이 사라지자 삶을 기쁘게 하는 것들도 없어졌습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상대적인 것들이 있어야 의미가 생기는데 실패, 이별, 고통이 사라지니 성취, 사랑, 행복도 구별되지 않습니다.

쓸모 있는 게 있으면 쓸모없는 것도 있어야 해. 그것이 쓸모없는 것의 쓸모인 거야._본문 51쪽

박사님이 사는 세상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인생의 필요조건들을 모두 갖추었지만 그 자체로 삶 전체가 되는 충분조건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생활의 문제만 실용적으로 해결한다고 해서 삶이 완전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류도 없고 불편도 없는 것은 기계의 매뉴얼이지 우리의 일상이 아니었습니다. 알 수 없는 미래, 피할 수 없는 불행, 알고리즘을 벗어나는 좌충우돌 속에서 삶은 매순간 더 확장되고 새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방귀가 영혼을 어루만지는 음악이 되듯 하찮은 삶의 요소들 뒷면에 놀라운 가치들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다 있다’라는 이 책의 제목은 ‘정작 중요한 것은 없다’는 반어적인 메시지입니다. 완벽하다지만 부럽지 않은 책 속 세상을 여행하고 현실로 돌아오면 쓸모없다고 팽개쳐 둔 것들을 다시 집어 들어 살펴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내 삶에서 놓치고 있는 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한 번 사라지면 되살려 내기 힘든 소중한 것들

매일의 생활에는 수많은 가치들이 개입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도에 따라 가치들의 우선순위를 매기며 살아갑니다. 바로 이 우선순위가 점점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것에 작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