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는가? 엄밀하게 말하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모습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세계화라는 객관적 사실 자체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이다!’라는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세계화의 개념이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지만, 아직 완결되지 않은, 따라서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모르는 세계화를 개념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세계화에 관한 논의들은 많은 경우 혼란에 빠진다. 관련 논의들이 생산적 성과를 만들어 내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화 역시 열렬한 지지자와 극단적인 반대자를 모두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경제 세계화가 전 지구적 풍요와 경제적 정의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사람들은 복지의 후퇴와 불평등의 심화를 걱정한다. 정치의 세계화는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의 대척점에 정반대의 비관적 전망, 즉 국가 주권의 약화로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놓여 있다. 사회 세계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인류의 미래가 다양하고 창의적인 문화로 가득 찰 것이라 예상하지만 반대자들은 사회적 불안의 증가와 사회적 연대의 약화를 걱정한다.
사람마다 세계화에 대한 평가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평가의 다름 자체가 아니라 평가 대상인 세계화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하지 않는 한 그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곧바로 비이성적인 열광(세계화 광신주의이나 혐오(세계화 포비아로 귀착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