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백주의 결투
저자 마누엘 마르솔
출판사 로그프레스(LOGPRESS
출판일 2019-06-20
정가 20,000원
ISBN 9791187402046
수량
황야의 ‘동화’
개척 시대 미국 서부, 황량한 들판에 인디언과 카우보이가 마주 서 있다. 개울을 사이에 두고 활과 총을 겨눈 채로. 인디언은 카우보이보다 먼저 활시위를, 카우보이는 인디언보다 먼저 방아쇠를 당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청둥오리 한 마리가 카우보이의 시야를 가리면서 대결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그리고 결투는 이후로도 거듭해서 미뤄진다. 머리 위를 지나는 구름 모양에 정신이 팔려, 저 멀리 지나가는 고물 기관차의 소리가 거슬린 탓에, 혹은 각자의 말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함께 사라지는 바람에. 여기 더해 사막 동물들도 둘의 대결을 늦춘다. 인디언과 카우보이는 서로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유일한 상대라고 여기지만, 발 밑의 독사와 사막 언덕을 넘어 돌진해 오는 버펄로 같은 자연의 위협 앞에서는 같은 편에 설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마누엘 마르솔은 서부영화 대표작 중 하나인 킹 비더 감독의 <백주의 결투 Duel In The Sun>(1946에서 책 제목을 따왔다(또 다른 대표적인 서부영화인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하이 눈 High Noon>(1952 또한 국내에서 종종 ‘백주의 결투’로 번역된다. 마누엘 마르솔이 할리우드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본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 The Searchers>(1956였던 만큼, 그에게 서부극은 오랜 애정이 깃든 장르다. 하지만 마누엘 마르솔은 『백주의 결투』에서 서부극 전통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특히 그가 추구하는 가치관은 서부극처럼 대립을 강조하지 않는다. 할리우드 서부극의 바탕 정서는 ‘남성적인 개척자 정신의 강조 또는 찬미’에 있지만, 마누엘 마르솔은 ‘강한 남자’에 방점을 두기보다 황야라는 거대하고 삭막한 자연 앞에 놓인 두 명의 인간과 그들의 연대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의 결투는 주변 상황에 따라 자주 번복되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둘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 싸움의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붓으로 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