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레퓌스 사건과 아나톨 프랑스
1844년에 태어난 아나톨 프랑스는 1924년 세상을 뜰 때까지 모국 프랑스의 대 격변기를 겪은 소설가이자 비평가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이후 제정, 왕정복고, 공화국 체계를 겪었고, 식민제국으로서의 프랑스가 가장 팽창한 시기를 살았으며, 그의 활동 기간은 현대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정교분리의 원칙이 확립되어가는 시기와 맞물린다.
아나톨 프랑스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사건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상을 요약해서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는 드레퓌스 사건일 것이다. 유대계 프랑스 군 장교였던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첩자로 의심 받고 유배된 사건이다.
이 사건 당시 소설가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해 파장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는 석연찮은 가스 누출 사고로 사망한다. 그러자 그의 장례식에서 <진실과 정의의 수호자에게 바치는 경의>라는 글을 통해 사건을 조사한 사람이 바로 아나톨 프랑스다. 나아가 그는 프랑스 혁명 이후에도 반복되는 구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사회 정의를 위해 싸운다. 드레퓌스 사건은 그의 소설 『펭귄의 섬』에서도 <건초 8만단 사건>을 통해 재현된다.
*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볼테르의 명문장 ‘우리의 정원을 가꾸자’
책의 제목 ‘에피쿠로스의 정원’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자신의 철학을 논하던 곳이 정원이었다는 데서 기인한다. 철학자 에피쿠로스에 대한 아나톨 프랑스의 깊은 이해와 존경심을 책 전반에서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 로마 작가들과 철학자들에 대한 그의 이해와 고찰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철학자 볼테르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볼테르는 누명을 쓰고 사형된 개신교도 장 칼라스의 사면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 권리가 있고, 잘못된 일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하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도 그가 자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