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만 그려온 외국인 화가의 눈에 비친 아름다운 한글”
평생 코끼리만 그려온 화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코끼리’를 뜻하는 ‘가자(Gajah’라는 단어를 자신의 이름으로 사용할 만큼 코끼리를 사랑했지요. 사랑스러운 코끼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처럼, 친근하고 익살맞은 표정을 가진 그의 코끼리 그림은 화려한 색상을 뽐내고 안으로 사람과 자연을 품었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행복한 공존의 염원을 담은 그의 코끼리 그림들은 동남아시아와 유럽, 중동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는 함께 어울려 사는 모두의 세상을 위한 노력을 호소하며 코끼리 보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화가로,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 평생을 살아온 말레이시아의 화가, 코끼리 할아버지 유소프 가자의 이야기입니다.
코끼리 할아버지를 매료시킨 것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의 한글이었지요. 소리내는 입의 모양을 본 뜬 자음들, 그리고 하늘과 사람과 땅의 형상에서 비롯된 모음이 어우러져 수많은 글자를 만들어 내는 한글의 독창적인 원리와 아름다운 글자의 모습에 빠져버렸습니다. 한글을 사랑한 할아버지는 자신의 코끼리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한글을 수놓게 하였습니다. 그의 코끼리들은 몸을 구부리고 팔다리를 뻗어 한글자 한글자 한글을 표현했습니다.
두 코끼리 친구가 무지개 우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의 이야기가 ‘ㄱ’부터 시작하여 ‘ㅎ’에 이르기 까지 한걸음 한걸음 간결한 운율로 노래하며 아름다운 상상력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매 페이지마다 룰루랄라, 둥실둥실 처럼 입에 감기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반복되어 재미있고 맛깔스러운 우리말의 매력을 우려내고 있습니다. 두 문화의 새 세대를 상징하기 때문일까요? 서로를 발견하고 의지하고 또 격려하며 성장하는 코끼리들의 모험담은 엉뚱하지만 대견스럽습니다. 말과 글을 배우고 서로의 문화를 나누는 우리 아이들의 여정이 무지개 우물을 찾는 코끼리들 처럼 내내 행복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