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간 강의된 칸트의 철학
칸트는 자신이 강의한 인간학 과목 강의록을 정리해 1798년 『인간학』을 출판한다. 칸트의 대표적 저서인 『순수이성비판』에 관한 강의는 하나도 없는 반면, 『인간학』은 칸트가 교수로 취임하고 은퇴할 때까지 20여 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년 강의로 개설되었다.
그의 실천적 지혜에 대한 탐구는 1757년의 자연지리학 강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해당 강의 공고문에서 칸트는 “자기가 살아가는 지역에서 유래하는 인간의 경향성, 인간의 선입견과 사유방식”을 다루며 그것이 “인간이 자신에 대해 더 친숙하게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303쪽. 칸트에게 “세계는 자연과 인간이라는 두 영역으로 구별되며 자연지리학이 자연에 대한 세계지를 제공한다면 인간학은 인간에 대한 세계지를 제공”했다(304쪽.
비판철학에 앞선 자연지리학 강좌에서부터 칸트의 실용적 기획과 인간에 대한 경험적 탐구는 그의 주요한 철학적 과제로 움텄다. 이는 칸트철학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비판철학만이 아닌 그의 인간학적 기획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다.
■ 인간의 행복을 탐구하다
“실용적 인간학이 추구하는 실천적 사용이란… 행복에 관한 인간학이다. …윤리학의 경험적 부분으로서 도덕적 명령의 경험적 적용을 모색하는 도덕적 인간학이 아니다. …행복의 실현이라는 목적에 따라 인간에 대한 지식의 습득과 그 지식의 경험적 적용을 모색하는 ‘영리의 학’이다.”_309쪽
칸트의 인간학은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로서 익히 떠올리는 ‘철인’, 즉 철학적 인간에 대한 논의가 아니다. 『인간학』은 ‘교수론’과 ‘성격론’ 두 부분으로 나뉜다. ‘교수론’이 심리적 능력을 소유하는 인간 일반을 설명한다면 ‘성격론’은 그런 인간이 세계 속에서 어떻게 고유함을 만들어내고 개인과 집단으로 구분되는지를 설명한다. 이때 ‘성격론’은 ‘교수론’에서 설명된 인간의 도덕적 가능성을 구체적인 현상의 차원에서 적용해보는 것이다.
‘실용적’인 면에서 본 구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