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부로 갈수록 둘 사이의 지적 논쟁은 치열해져 가면서 ‘논문’을 방불케 한다
이 책은 아도르노와 벤야민이 1928년부터 1940년까지 주고받은 121통의 편지를 상세한 독일 편집자 주석과 함께 번역한 것이다. 편지가 갖고 있는 속성상 이 두 지식인의 편지에서 우리는 지성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속살을 포함해 그들이 처했던 실제 상황을 보다 더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 책의 구성상 제1부와 제2부에 해당하는 부분들에서 처음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하는 때의, 즉 서로 간에 예의를 갖춘 편지에서는 어쩌면 의례적인, 그리고 형식적인 느낌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3부에 접어들면서부터 ― 정확히는 제2부 57번 편지부터이다. 이 편지에서 아도르노는 ‘벤야민 씨’가 아니라 ‘발터’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 둘 사이는 보다 친밀감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하면서 지적인 대화나 서로간의 곤란한 처지를 솔직히 털어놓기 시작한다. 특히 벤야민의 ‘파사젠베르크’ 저술 작업에 대한 아도르노의 기대와 관여는 우리가 흔히 벤야민이 아도르노에게 많은 지적 영향을 준 것으로 알고 있는 기존의 생각을 새롭게 보게끔 하기도 한다. 아도르노는 지속적으로 ‘파사젠베르크’ 작업이 너무 방대해지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벤야민에게 지적하면서 지속적으로 사유의 고리를 견고한 이론적 틀 내에서 고정시키게끔 하려고 충고한다.
더불어 파리에서의 고단한 집필 과정 속에서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벤야민은 스스럼없이 자신의 처지를 아도르노에게 하소연하면서 경제적 도움을 지속적으로 요청한다. 이에 아도르노는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를 통해 어떻게든 벤야민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며, 이런 노력의 결실 속에서 그나마 벤야민의 지적 작업은 결실을 맺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프랑크푸르트 학파 내의 구성원이었던 에른스트 블로흐나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베르톨트 브레히트 등에 대해서도 솔직한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사상적으로 브레히트에 가까워지려는 벤야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