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시원이와 엄마는 술에 취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피해 찜질방으로 도망가는 일이 잦다. 그럴 때를 대비해 작은 짐도 늘 준비되어 있다. 시원이는 얼른 커서 아빠에게서 엄마를 지켜주고 싶다.
아빠를 피해 찜질방에서 자고 등교한 날, 짝꿍 가영이가 자기 손에 가짜 상처를 그려놓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시원이는 짜증이 몰려온다. 징그럽다면서도 가영이 주변에 모여 관심을 보이는 반 아이들도 못마땅하다. 가영이의 상처 놀이를 보자, 자신의 진짜 상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쩌다 선생님의 요청으로 시원이는 가영이와 함께 ‘비밀의 화원’이라는 곳에 시든 화분 옮기는 일을 돕다가 그곳에서 화초 돌보는 일을 하게 된다. 가영이와는 여전히 티격태격하지만, 마음 둘 데 없던 시원이는 ‘비밀의 화원’에서 식물 키우는 일로 답답함을 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화원에 불이 나고 시원이는 가영이의 알 수 없는 행동들 때문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본문중에서
시원이가 2학년 때였다. 아빠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이상해졌다. 사업이 한두 번 망하자 아빠는 점점 포악해졌다. 처음엔 술을 마시고 물건을 부수더니 재작년부터는 물건이 아닌 사람을 때리기 시작했고 그 강도는 점점 세졌다.
그만큼 살림도 어려워져서 여러 번 이사를 해야 했다. 엄마는 밤낮없이 마트와 식당에서 일했다. 점점 지쳐 가는 엄마를 볼 때마다 시원이는 아빠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속으로만.
?본문 12-13쪽
“징그러워.”
“진짜 상처 같아!”
아이들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즐거워했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가영이와 가영이의 가짜 상처에 집중했다. 그러더니 하나둘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입으로는 끊임없이 징그러워, 징그러워하면서 말이다.
시원이는 슬슬 짜증이 났다. 엄마와 자기 몸에 있는 진짜 상처들이 생각나서였다. 상처는 징그러운 게 아니라 아픈 거다. 그리고 상처는 놀이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