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애니메이션 현대문학 단편집
저자 연필로 명상하기
출판사 &(앤드
출판일 2021-10-01
정가 13,500원
ISBN 9791166831539
수량
황순원 <소나기>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김동리 <무녀도>
김유정 <봄봄>
현진건 <운수 좋은 날>
책 속으로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황순원 [소나기]」중에서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중에서

문득 김 첨지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현진건 [운수 좋은 날]」중에서

“성례시켜달라지 뭘 어떡해.”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빨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질을 친다.
나는 잠시 동안 어떻게 되는 심판인지 맥을 몰라서 그 뒷모양만 덤덤히 바라보았다.
---「김유정 [봄봄]」중에서

봉창에서 방 안으로 붙어 들어가는 불길을 덮쳐 끄는 순간, 뒷등허리가 찌르르하여 휙 몸을 돌이키려 할 때 이미 피투성이가 된 그의 몸은 허옇게 이를 악물고 웃음 웃는 모화의 품속에 안겨져 있었다.
---「김동리 [무녀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