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의사 리나 구스타브손의 충격적인 일기는 고기의 대량생산이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를 기록한 문학적 기억이다.” <스벤스카 닥블라데트>
저자는 첫 출근에서 왜 직장을 옮겼느냐(동물병원에서 도축장으로는 질문을 받고 “예전부터 동물보호 쪽 일을 하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부여받은 임무는 도축이 시작되기 전에 돼지의 상태를 검사하는 일. 사람이 먹기에 적합하지 않은 고기가 식탁에 오르지 못하도록, 질병의 징후가 보이는 돼지를 선별해야 한다. 전염병이 돌지 않는지 위생 상태를 살피는 것뿐 아니라, 폭력 등 비인도적 행위로 동물보호법을 위반하는지도 감시한다. 그리고 바로 출근 첫날, 비실비실 제대로 걷지 못한다는 이유로 살처분당하는 돼지를 눈앞에서 목격한다.
(돼지 이마에 볼트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기자 녀석의 몸이 뻣뻣해지다가 털썩 쓰러진다. … 돼지는 몸을 떨고 경련으로 움칠대며 이리저리 뒤치지만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 돼지가 조용해지기까지 30분이 걸린다. … 나는 시선을 돌릴 수가 없다. 심장은 방망이질을 해댄다. 운반 기사는 튀는 피를 피해 칸막이 벽 뒤로 몸을 숨긴다. 따분한 데다 스트레스를 받은 표정이다. … 돼지의 온몸이 자기 피로 범벅이다. 기사는 죽은 돼지를 도축작업장으로 싣고 간다. 이런 경우 한 번 더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14-15쪽
그녀는 이렇게 현장에서 날마다 마주친 잔혹한 상황을 낱낱이 일기로 적어 나간다. 운반 과정에서 다리를 절지는 않는지 매를 맞아지는 않았는지 도대체 어디가 아픈지 수의사로서 꼼꼼히 살펴보던 녀석들이, 마취-방혈-탕박 등의 도축 공정을 거치며 고기가 되는 과정을 꼼짝없이 지켜봐야 했던 날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섣부르게 목소리를 높이거나 감상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묻어나는 문장들은 “비웃지 말고, 개탄하지 말고, 혐오하지 마라. 그렇지만 이해하라”는 스피노자의 말을 사뭇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죽음을 감지하고 패닉에 빠져 마취 설비로 들어가지 않으려 버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