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유토피아 마콘도의 배경지인 아라카타카에서부터
문학청년 시절을 보낸 보고타와 바랑키야를 거쳐
카리브적 서사의 상징 카르타헤나까지
‘남미의 세르반테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자취를 좇는 콜롬비아 기행
1928년, 콜롬비아 북부의 작은 마을인 아라카타카에서 11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가보는 어린 시절을 외조부모의 슬하에서 보냈다. 외할아버지는 어린 손자에게 1928년 콜롬비아 시에나가에서 일어난 바나나 농장 학살 사건 같은 내전에 대한 이야기를 천 번도 넘게 이야기해 주었고, 외할머니는 카리브 지역에 떠도는 각종 전설과 미신과 신화를 실제로 있었던 일인 양 천연덕스럽게 들려주었다. 외할아버지에게 들은 콜롬비아의 비극적 현실과, 외할머니에게 들은 기괴하고 불가사의한 이야기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대변되는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이 탄생하는 데 핵심적인 밑거름이 되었다. 훗날 외할아버지는 『백 년의 고독』의 무대인 마콘도의 최대 영웅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모델이, 외할머니는 마콘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우르술라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한편 전신 기사 출신의 떠돌이 약장수였던 가보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야기꾼에게 필요한 ‘약 파는’ 솜씨를 물려주었고, 강인하면서도 침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족을 지배한 어머니는 여성들을 사랑했던 가보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소설가 권리는, 생의 낭만을 알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보의 마법에 걸린 듯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자 마콘도의 배경지인 아라카타카에서부터, 문학청년 시절을 보내고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한 보고타와 바랑키야를 거쳐, 카리브해를 상징하는 도시이자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배경지인 카르타헤나에 이르기까지 콜롬비아의 여러 도시를 여행했다. 아라카타카에서는 100년 전 가보가 살았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특유의 그 ‘없음’을 좋아했고, 몸포스에서는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콘도의 실제 모습에 가까운 유토피아라는 생각을 했으며, 카르타헤나에서는 충동과 우연과 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