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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아버지의 첫 직업은 머슴이었다 : 여든 살 아버지 인생을 아들이 기록하다
저자 한대웅
출판사 페이퍼로드
출판일 2021-05-14
정가 15,800원
ISBN 979119047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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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7
프롤로그 살인 미수범과의 기이한 동거 11

1장 가짜 피난길에 오르다 19
2장 머슴일 때는 매일 질질 짰지! 39
3장 찐빵으로 시작한 신혼 생활 67
4장 또다시 중동 근로자가 되다 89
5장 목적을 이루려면 대가가 필요하다 127
6장 미켈란젤로는 아름다워! 171

화보 141

한일순 연표 217
사람 몸값이 천만 원도 못되던 시절을 산 아버지.

한일순은 지금 화폐 가치로 천만 원이 채 안 되는 돈 때문에 창호지 공장의 동료였던 전규만한테 죽임을 당할 뻔했다. 동료 전규만은 한일순이 차곡차곡 모아 몸에 지니고 있는 돈을 훔치기 위해 낫으로 아버지의 뒤통수를 휘갈겼다. 그때 낫이 빗겨나가지 않았다면 추운 겨울 눈 덮인 산속에서 아버지는 소리소문없이 죽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혹독한 시절을 몸뚱이 하나로 살아낸 아버지 한일순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인생은 “나의 첫 직업은 머슴이었지”로 시작한다. 남의 집에서 모내기, 김매기, 꼴베기를 하며 그 집에서 숙식을 해결했던 건 그의 나이 열넷이었을 때 일이다.
한국전쟁 때 할아버지가 돌림병으로 돌아가신 이후 아버지와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아버지의 어머니와 동생은 어느 절로 허드렛일을 하러 떠났다고 한다. 서로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던 시절이었다. 인생의 의미를 찾거나 재미를 찾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삼시 세끼 굶지 않고 끼니를 때우는 게 가장 중요했다. 아버지가 처음 머슴살이를 한 곳은 임실이었다. 이때는 추운 겨울에도 무명 저고리 하나만 걸친 채 장작용 소나무를 베러 가야 했다. 어린 소년은 미련할 정도로 성실했지만 1년에 쌀 한 가마를 받는 일꾼이 될 때까지도 제대로 우는 법을 몰랐다. 그렇게 아버지는 5년 넘게 머슴으로 일했다. 그렇게 성실하고 묵묵하게 하루하루를 살던 아버지는 불현듯, 지금 사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전주 경기도 남양주의 월산리로 떠난다. 그의 손에는 달랑 차표 한 장만 있을 뿐 그 흔한 봇짐 하나도 없었다.
그때부터 한일순은 둑 공사, 냉차 장사, 산판일, 품팔이까지 먹고살기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런 아버지도 어느새 입대를 해야 했는데, 그때까지도 호적이 없었다고 한다. 군 입대 전까지 아는 글자라고는 이름 석 자와 거주지 주소뿐이었다. 아버지는 호적을 만들고 자신만큼이나 성실한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세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