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늦추위/ 깜찍한 경고문/ 모기/ 까먹었다/ 눈총/ 사과와 벌레의 대화/ 간고등어/ 꿀꿀이가 뭐라 한다/ 소문
김지원
시간을 사고 싶다/단풍/비벼 먹은 겨울/하늘이 안아준다/첫 외출/새들의 하루/산수유
첫눈이/가을 손님
신복순
꿀통/돌탑/콩/국수 이야기/돼지는 억울해/당당히 살자/대청소/해님처럼/엄마와 세탁기
우남희
병따개/눈/생활계획표/나무가 거미에게/나뭇잎 파일/저럴 수가/형사가 된 바람
동백꽃/까마귀에게 연습을
김위향
밤송이는 착해/산속에는/어디 숨었니/사막의 쇠똥구리/뿔소라/꿀벌과 할머니
할머니 이야기/벚꽃 낙하산/모두 함께
이정인
겨울 담벼락/시계 소리/냉면집/아이스크림케이크/나비들/날개/살구나무 편의점
신발 정리/우리 집에 악어가 산다
어느 우리에서/뛰쳐나왔는지/고삐 풀린 망아지/하나둘이 아니다//
_김영란 「소문」 중 일부분
고삐 풀린 망아지 이야기인가 하고 읽었더니 말 보다 더 날뛰는 소문이다. 소문이 소문을 낳고 또 소문이 소문을 낳아 지금과 같은 정보화 사회가 아닐 때도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었던 것을 보면 고삐 풀린 망아지 단속이 시급한 문제이긴 한데 시인의 말처럼 경찰도 속수무책인 것이 소문이기도 하다.
까딱까딱 앉아보고/입에 대 보네//나풀나풀 만져보고 입 맞춰보네//
_김지원 「첫 외출」 일부분
‘첫’이란 단어에서 느끼는 설레임이 이 시에도 느껴진다. 세상에 나와 처음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만 나비는 나비대로 앉아 보고 냄새 맡아 보고 입을 대 보며 하나하나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사람과 다르지 않다.
아빠랑/뒷산에 올랐다//누군가의 소망을 담은 돌탑이/볼 때마다 쑥쑥 자란다//힘도 세지고 생각도 깊어져/돌탑이 어른처럼 된다면/내 소망을/들어줄지도 몰라//
_신복순 「돌탑」 전문
산을 오를 때는 힘든 것만 느껴지지만 정상에 올라 내려다 볼 때 가슴이 탁 트이고 시야도 넓어진다. 돌탑이 쑥쑥 자라듯이 내 소망도 이뤄지리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퐁당!//물 위에/돌멩이 하나 던졌을 뿐인데//하늘이/저리 쉽게/흔들릴 줄이야//
_우남희 「저럴 수가」 전문
시인의 눈은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물 위로 던지는 돌멩이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러나 그 물이 흔들리는 것은 많이 사람이 관찰을 했지만 하늘까지 흔들리는 걸 본다는 것은 시인의 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건 산에 사는 도깨비들이/젖은 산을 말리려고/땅속에 군불 때는 거야//그러니까 도깨비들이 피우는/연기인 거지//
_김위향 「산속에는」 일부분
안개를 도깨비들이 피우는 연기라고 상상하는 시인은 아마도 어릴 때도 상상력이 풍부했을 것이다. 시인이 안내하는 또 다른 상상의 세계에는 훨씬 재미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