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힐레어 벨록의 제언을 통해
노예제 사회로 이행 중인 현대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모든 사회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평가하면서 미래를 내다보고자 한다. 그것이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하고 때로는 체제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은 대체로 학자나 정치가의 몫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체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대안적 방향을 제시했다. 이 책 《노예국가The Servile State》 역시 1912년 그런 이유로 세상에 나왔다.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꽃피는 한편 혁명의 기운이 감돌던 혼란기에 지은이 힐레어 벨록은 자본주의와 집산주의(곧 사회주의라는 두 시스템의 한계를 명확히 보았고 그 미래를 예견했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났음에도 그의 생각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그 예견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 사회는 그의 말대로 ‘노예국가’에 성큼 다가섰고, 그가 꿈꾸었던 ‘분배주의체제’로부터는 멀어졌다. 책 첫머리에서 밝힌 그의 예언적 울림은 그래서인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섬뜩하게 다가온다.
“생산수단이 소수에 의해 독점된 현대 사회는 필연적으로 불안정한 평형상태를 보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회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과도한 노동에 강제 투입되는 상황을 합법적으로 제도화함으로써 안정된 평형상태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와 같은 노동의 강제원칙과 더불어 표면화되는 것이 바로 사회계층의 양극화다. 이미 실정법 차원에서 사회구성원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경제적·정치적으로 자유롭고,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 소유권을 안전하게 보장받는 집단. 다른 하나는 경제적·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반면, 그 이하로 추락해선 안 될 최저 수준의 복지와 생계를 보장받는 집단.”
어찌 보면 누구나 아는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 결은 조금 다르다. 지은이는 임금노동자 계층이 최저 생계를 보장받는 대신, 소수 자산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