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의 글 | ‘한겨레역사인물평전’을 기획하며 - 정출헌
머리말 | 하늘에서 받은 성품은 남녀의 차이가 없다
1부 임윤지당의 가문과 어린 시절
1장 노론 명문가에서 태어나다
2장 여중군자(女中君子, 할머니 전주 이씨 부인
3장 부모의 자녀교육, 임윤지당에게 길을 열어주다
4장 남자 형제들 틈에서 공부하다
5장 함흥에서의 잔치,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2부 내 이름은 아녀자가 아니다
1장 가문의 위기, 가례로 집안의 규율을 잡다
2장 성리학에 빠져들다
3장 재능 있는 여성들을 향한 관심 - 「송능상 부인의 전 」
4장 남자도 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 「최씨와 홍씨, 두 여성의 전」
5장 의리란 무엇인가 - 예양과 보과를 논하다
6장 내 이름은 아녀자가 아니다 - 공부의 목적, 성인(聖人
3부 시련이 찾아오다
1장 원주의 선비 신광유와 혼인하다
2장 남편의 요절, 아이의 죽음
3장 형제들의 변고
4장 시집과 친정을 오가며 마음을 다잡다
5장 남편이 남긴 필사를 잇고 발문을 쓰다
4부 성리학자로 우뚝 서다
1장 이기심성에 대하여
2장 남녀의 본성에는 어떤 차이도 없다
3장 군자는 이욕이 아니라 의리를 추구한다 - 역대 인물 평가
4장 밤낮없이 학문에 침잠하여
5부 여군자, 임윤지당
1장 아들과 오라버니의 죽음
2장 마지막 순간까지 글을 다듬다
3장 강정일당, 여성 성리학자의 계보
4장 당대 남성들의 평가
맺음말 | 차별의 언어에서 보편의 언어를 발견하다
주석
주요 저술 및 참고문헌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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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본성에 어떤 차이가 있단 말이냐!”
임윤지당, 여성에게 금지된 사유의 영역에 도전하다
조선시대, 모든 사대부 남성들의 꿈은 성인(聖人이 되는 것이었다. 남성들은 수양을 통해 덕과 지혜를 갖춰 최고의 인격에 이를 수 있다는 성리학 연구에 한평생 몰두했고, 국가는 이들을 위해 교육기관과 과거제 같은 제도를 만들어 사회 운영의 중심으로 삼았다. 이에 반해 양반가 여성들에게 제시된 것은 ‘삼종지도(三從之道’의 규범이었다. 성인을 향해 구도하는 아버지, 남편, 아들에게 순종하며 집안일을 단속하는 것이 조선이 여성에게 요구하는 삶의 자세였다. 여성들은 당대 지식 언어인 한문보다는 ‘상스러운’ 한글로 필담을 나누거나, 시와 그림, 노래를 짓는 정도가 남성들이 허락해준 사유의 영역이었다.
18세기 노론 명문가의 규수였던 임윤지당(1721~1793에게도 당대 여성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의 길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형제들의 지도 아래 남성 중심의 가례를 따르며, 어머니 곁에서 바늘과 실을 벗 삼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는 베를 짜고, 여성들이 갖추어야 할 예절과 법도가 적힌 『효경』, 『열녀전』 등을 외웠다. 그런데 임윤지당이 흥미를 보인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남성들이 독점한 진리의 보고, 성인을 향한 공부, ‘성리학’이었다. 부모의 허락 아래 남자형제들 곁에서 어깨너머로 성현의 경전과 역사서를 읽기 시작하면서 그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지적 희열을 느꼈다. “고기 맛이 입을 즐겁게 하듯이 경전이 더욱 좋아져서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었다. 감히 세상의 법도에 얽매이지 않고 경전에 실린 성현의 교훈에 다가갔다.”(『윤지당유고』 자연의 이치와 인간 존재의 원리가 담긴 당대 최고의 학문 성리학에 빠져들며 임윤지당은 조선의 여성들에게는 한 번도 허락되지 않은 사유와 진리탐구의 길에 나섰다.
“규방 안에는 가르쳐주고 바로잡아주는 이가 없다”
높아지는 학문, 깊어지는 지적 고독함
임윤지당은 유학의 핵심 경전과 역사 및 정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