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글 9
§ 지도 22
1 드러난 상처 25
2 깊어지는 고통 47
3 섹스와 햇빛 71
4 “설설 끓는 역사의 스프” 101
5 올가미가 조여 오다 127
6 괴물인가 경이인가? 151
7 여름휴가 179
8 축제와 팡파르 203
9 하일 히틀러 229
10 노병 261
11 문인 “관광객들” 289
12 내리는 눈과 스와스티카 323
13 히틀러의 올림픽 347
14 황무지가 된 학계 377
15 미심쩍은 서곡 403
16 여행 앨범 431
17 오스트리아 합병 455
18 “수상한 평화”와 깨어진 유리 473
19 전쟁 초읽기 497
20 전쟁 521
21 여정의 끝 543
§ 후기 571
§ 감사의 글 579
참고문헌 585
기록 보관소 595
출처 및 허락 599
여행자들 소개 601
미주 621
옮긴이의 말 655
찾아보기 665
흔히들 그렇게 생각한다. 치명적인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히틀러와 그의 제국은 자신들의 의도를 숨겼으며, 서구 열강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와 국민들은 독일 국민 자신들이 그랬듯 나치의 치밀한 계획과 선동에 속아 넘어갔다고. 비록 1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이지만, 독일은 공산주의자, 그리고 공산주의자와 결탁한 유대인과 싸우는 외로운 투사이며, 독일 국민은 패전으로 인한 극심한 경제적 불이익을 견디며 국가를 키우려는 선하고 강건한 국민들이라 생각했다고. 매혹적인 자연경관과 인상적인 전통 문화, 넘쳐나는 학문과 예술의 성취, 놀라운 새 과학 기술, 근면하지만 친절하며 그리고 강건한 사람들, 거기에 몸에 꽉 끼는 옷을 입은 순박한 소녀들과, 단정하게 차려 입은 소년들, 벗은 몸을 드러내는 걸 거리끼지 않아 자유롭고 개방적이지만, 결혼과 국가관은 지극히 보수적인 국민들이 꾸려가는 이 작지만 아름답고 강한 국가 독일이라는 이미지는 올림픽이라는 전 세계의 축전으로 그 정점에 달했고, 그 정점은 전쟁의 발발이라는 예측을 벗어난 사건과 함께 배신감으로 되돌아왔다고.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치의 선전은 치밀하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았으며, 곳곳에서 그 허점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과거를 딛고 새로이 건설한다는 이들의 ‘평화 국가’ 간판을 조금만 벗기고 들어가도 그 안에는 군사 제국의 야망과 사상의 탄압, 그리고 인종 차별과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유대인-사회주의 커넥션의 음모라며 나치가 선전하는 내용은 많은 부분이 기초적인 사실에서부터 틀린 것들이었다. 때로는 역사적 사료조차 엉터리로 인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나치는 영토에 대한 야욕과 전쟁에 대한 야망을 그다지 열성적으로 숨기지도 않았었고, 독일 밖의 언론은 공공연히 나치와 히틀러의 야욕을 경계하며 이들은 비판하는 기사를 연일 실어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업가, 외교관, 정치인, 종교인부터 전현직 군인들과 일반 시민에 유학생까지 그 시기의 독일로 앞 다투어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여행을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