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보면서 모험을 꿈꾼 소녀, 바다 밑에 숨겨진 퍼즐을 맞추다!
어려서 토양 지도를 만드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지도를 좋아하게 된 마리 타프는 모험과 새로운 발견을 꿈꾸었다. 그리고 대학에서 바다 밑의 지형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직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바다 밑은 어떻게 생겼을까? 가장 깊은 바다는 얼마나 깊을까?’ 수천 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비밀은 20세기에 이르러서 밝혀지기 시작했다. 측심 기술과 잠수 장비의 발달로 직간접적으로 미지의 세계였던 바다 밑을 탐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리 타프가 소속된 라몬트 지질학 연구소와 미 해군의 협력으로 음파를 이용한 해양 측심 탐사가 이루어졌다.
마리 타프는 1957년부터 1977년까지 동료 브루스 히즌과 함께 대서양 바다 밑의 높낮이를 담아낸 해저 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서양 중앙 해령의 열곡을 분석하여 지구 표면이 갈라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는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은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지구의 표면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시대였다. 마리 타프의 발견은 지각이 여러 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있고 판들은 움직이고 있다는 ‘대륙 이동설’과 ‘판 구조론’을 입증하는 증거가 되었다. 이로써 인류가 지구를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남성의 몫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당당히 활동한 여성 과학자의 여정
마리 타프는 여성 과학자가 드물던 시대에 남자들의 할 일로만 여겨지던 해양학 분야에서 편견을 딛고 놀라운 성취를 일구어 냈다. 남성 과학자에게만 중요한 일을 맡기는 분위기에서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냈다. 여자를 태운 배는 재수가 없다는 미신 때문에 마리 타프는 해양 관측선을 타고 현장에서 연구를 할 수 없었다. 대신에 동료들이 미국 해군에서 개발한 음파를 이용한 음향 측심 기술로 수집해 온 바다 밑의 깊이 정보를 가지고 해저 지도를 그렸고, 나아가서 대서양 중앙 해령이 지구 표면을 이루는 ‘판’이 움직이는 증거임을 알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