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거리를 떠도는 수많은 생명들을 기억하며
작은 강아지 페르의 목에 가지런히 매여 있는 빨간색 스카프는 페르가 한때 누군가의 반려견이자 친구였다는 걸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원래 살던 이와 함께 할 수 없었던 페르는 홀로 남겨졌고, 낯선 곳에서 다시 머물 곳을 찾아야만 했다. 딱딱한 회색 콘크리트 바닥을 걷는 페르가 ‘이제 우리 집이 어디지?’라고 되묻는 독백은 차가운 도시의 풍경처럼 쓸쓸하게 다가온다. 지금도 우리 곁에는 수많은 페르가 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에게 버림받거나, 상처받은 거리의 생명들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페르의 곁에는 어두운 밤 길을 함께한 작은 나뭇잎이 있었고, 먼저 손을 내밀어 준 한 아이가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도 길 위에 작은 생명들에게 하나의 나뭇잎이, 하나의 작은 손길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들을 기억하는 마음을 항상 간직했으면 한다.
천천히 한 걸음씩,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는 거야.
페르가 도시에 들어선 순간부터 페르를 바라보는 한 아이가 있다. 아이의 시선은 계속 페르를 향하지만 페르의 시선은 미처 아이에게 닿지 않는다. 아이는 먼저 다가갈 법도 하지만 조용히 뒤에서 바라보기만 한다. 엇갈리는 시선 속에 드디어 아이와 페르의 눈이 마주치고, 페르는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감정을 느낀다. 이 책은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어떻게 타인과 관계를 맺어 왔나.’ 생각해보게 한다. 페르의 작은 행동만 보고 무섭다고 소리친 어른들처럼 우리도 상대방의 부분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 말이다. 아이는 페르가 친구가 필요한 존재라는 걸, 새 보금자리가 필요하다는 걸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다가갔기에 알 수 있었고, 그렇게 둘의 관계는 좁혀질 수 있었다. 또 한번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페르에게 순수한 아이의 손길은 그 어떤 위로보다 따뜻하게 다가온다. 빨간 스카프를 다시 맨 페르와 아이가 교감을 하며 친구가 되는 모습은 우리에게 관계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