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갑돌이는 을순이가 거래하는 을순은행에 돈을 보내려고 자신의 거래은행인 갑돌은행에 인터넷을 이용해 접속하여 지급지시를 입력했다. 그러면 지급지시 메시지가 지급결제망을 통해 중개기관을 거쳐 을순은행에 전달되고 을순이는 즉시 갑돌이가 보낸 돈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돈은 이동하지 않고 지급지시라는 정보만 전달되었기 때문에 을순은행은 자신의 자금으로 을순이에게 돈을 지급한 셈이 된다. 이때 을순은행이 갑돌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리 을순이가 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을순은행이 갑돌은행을 믿어서가 아니라 별도의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급결제망에 참가하고 있는 은행들이 시간을 정해놓고 서로 주고받을 금액을 확정하는 단계가 청산이고, 청산 결과에 의해 실제 자금이 결제기관에서 최종 결제되는데, 청산과 결제까지 길지는 않지만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 만약 청산이 이루어진 직후 갑돌은행이 파산해 버리면 을순은행은 본의 아니게 손실을 볼 위험에 노출된다. 이러한 길지 않은 청산과 결제 간의 시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없애기 위해 지급결제제도를 감시하는 기관과 지급결제망 운영기관은 여러 가지 리스크 제거장치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_19쪽, 제1부 “지급결제”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신전이나 왕궁이 개인을 위해 예탁활동을 하는 경우는 제한적이었고, 이러한 활동 대부분은 민간 창고나 공적인 성격을 지닌 조직이 담당했다. 이 가운데 민간 창고는 부유한 상인이나 토지소유자가 운영했으며, 공적인 조직은 지금의 상공회의소처럼 상인들에게 지시를 할 수 있는 중앙조직이었다. 민간이 운영하는 창고는 주로 보리 등의 곡물을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공적 성격을 지닌 창고로는 정부가 사용할 곡물을 보관하고 처분하는 곡물창고와 은, 기타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다. 당시의 실상을 기록한 에슈눈나 법전이나 함무라비 법전의 조문을 보면 어느 경우이든 보관된 자산의 도난이나 손실에 대한 책임은 창고업자에게 있었다. 그러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