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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바늘 같은 몸에다가 황소 같은 짐을 지고 : 사라진 근대 문물을 찾아서
저자 김준호
출판사 학이사
출판일 2021-09-09
정가 15,000원
ISBN 9791158543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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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1부 처자권속 굶지 않게 밭을 갈고 논을 갈아

가을 운동회 / 나락 베는 날 / 나락 타작 / 마지막 얼음 뱃놀이 / 엿장수와 아이스께끼 / 참새 쫓기, 후여 후여


2부 고무공장 큰애기는 반봇짐을 싸누나

검정 고무신 / 나의 첫 자전차 / 연탄 시대 / 리어카 100년 / 영서 산지 벽난로 고콜 / 지게와 나


3부 쌍금쌍금 쌍가락지 호작질로 닦아내어

향장과 아모레 아줌마 / 조개탄 난로 / 샘터와 리더스 다이제스트 / 우실과 바람 / 바지랑대와 빨랫줄 / 문종이 바르는 날


4부 진주낭군 오실 때에 진주 남강에 빨래 가라

초가지붕 이기 / 빨래터의 전설 / 단지 왔심더 / 동네 이발소 / 아주 특별한 여름방학 / 인생 오일장
40년을 바람처럼 떠돌아다닌 기억과 기록

빠르게 변하는 세계화 시대, 새마을운동에 치이고 산업화에 치인 농촌은 금세 그 풍물이 바뀌었다. 빠른 발전을 얻으면서 불가피하게 많은 것이 대체되거나 없어졌다. 누군가는 의미 없는 구시대의 잔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산골 방 안의 벽난로 고콜, 양은 도시락 얹어 눌은 밥 긁어 먹던 조개탄 난로, 근대 세일즈 우먼의 개척자였던 아모레 아줌마, 잡지 샘터와 리더스 다이제스트처럼 추억 속에만 남은 풍경은 이미 사라져 버린 문물이지만 동시에 그 시대를 이끈 원동력이다.

저자는 국악인으로 살며 역마살이 낀 것처럼 바람에 실려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녔다. 전통문화를 체계적으로 해석하여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로 한 손에는 펜을, 한 손에는 장고 채를 들고 걸었다. 지역의 소리와 풍물을 탐구하기 위해 걸은 길은 기록이 되었고, 문득 뒤를 돌아보니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어느새 사라져 버린 풍물과 문물이 눈에 밟혔다. 가볍게 풀어내는 추억과 노랫말에 이제는 인생이 되어버린 민속학, 인류학, 언어학을 더하고 부인이자 춤꾼인 손심심 전통예술가의 삽화로 마무리하자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다.


에헤에어 한 단이 나간다
어허어어 그 소리 뒤미쳐 나도 또 한 단
에헤에어 하더니 묶었다
새로 한 단이 묶어라
그 소리 거두미쳐 나두 또 한 단
에헤헤어 나도 한 단
에헤헤어 하더니 묶는다
새로 한 단이 묶는다
얼른 하더니 한 단을 묶어
에헤어어 나도 또 한 단이라

- 강원 양양, ‘벼 베는 소리’ 중에서

거둔다는 말에서 유래된 가을의 농촌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오죽하면 죽은 송장도 꿈지럭하고 부지깽이도 덤벙인다는 속담이 생겼겠느냐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경운기도 없던 시절, 나락을 베는 일부터 타작까지 일일이 손이 들어갔다. 목매라 부르는 통나무에 볏단을 때려 탈곡하다 홑태로 일일이 훑는 방식을 거쳐 게롱게롱 소리가 나는 인력 탈곡기에서 발동기 탈곡기까지, 저자의 할아버지는 그 모든 변화를 거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