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오해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은 대개 작은 다툼으로 끝나고 말지만 때로는 큰 불행을 가져오는 비극의 길로 치닫기도 한다.
오해가 비극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소통이라는 처방이 필요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간단한 사실이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몹시 큰 노력이 필요하다. 소통이란 나의 욕망을 버리는 일종의 이타행위인 까닭이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편견 또한 소통을 막는 커다란 장벽이다.
‘불새’ 이야기는 오해와 소통의 문제를 두 개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인 바루와 남태평양에서 표류해 온 붉은머리라는 두 인물이 전라북도 군산시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운 섬 야미도와 건너편 바닷가 마을을 무대로 엮어내는 우여곡절이 바로 그것이다.
먼 옛날 한반도에 청동기 문화가 막 시작되던 무렵, 우주를 표류하던 외계인 바루가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 야미도에 비상착륙한다. 지구에서 4광년 떨어진 센타우루스 알파의 네 번째 행성인 소무르 별의 우주화물선 비행사 바루는 우주선이 유성체와 충돌하여 고장을 일으키자 오랜 시간 동안 수면캡슐에서 잠을 자며 소무르 별과 유사한 환경을 갖고 있는 별을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바루가 가까스로 내려앉은 작은 섬 야미도, 그 건너편 바닷가 마을에는 토착민, 북방유목민, 해양표류민 등 3개 이질적 집단이 심각한 갈등을 내재한 채 불안한 동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바루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주선을 수리하고 연료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급한 일이다. 이 일을 하는데 지적생명체인 지구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바루는 마을을 방문하여 소통하고자 한다. 하지만 최초의 만남은 바루의 의도와 달리 마을을 온통 불태우고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파괴와 비극으로 점철되어 끝나고 만다. 거대한 지네를 닮은 혐오스런 외모로 인해 접촉 자체가 불가능했던 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