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고조선 ─ 원시 예술이 쌓아올린 돌의 미학
국내성 장군총(고구려 ─ 만년 굳센 고구려 축조 기술
집 모양 토기(가야 ─ 높아서 신성하고 낮아서 편리하다
익산 백제 유적(백제 ─ 로맨티시스트 무왕의 왕궁과 사찰
경주 황룡사지(고신라 ─ 흔들리는 신라의 정교일체 랜드마크
구례 화엄사(신라 ─ 통일 시대, 대통합의 화엄도량
파주 혜음원지(고려 ─ 고려 국왕이 머무른 왕립호텔
안동 봉정사 영주 부석사(고려 ─ 건축 황금 시대의 수학적 미학
공주 마곡사(고려 ─ 입체미 입은 신사
궁정 건축가 박자청(조선 전기 ─ 도시를 읽다, 한양을 짓다
남원 광한루원(조선 전기 ─ 로맨스 꽃피는 달의 궁전
안동 임청각(조선 전기 ─ 고려 전통의 한옥, 보수 속에서 혁신하다
봉화 충재와 청암정(조선 전기 ─ 선비의 빈집, 대부의 정원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조선 중기 ─ 도 깨치는 전각과 자연 담는 누각
울산 서생포왜성(조선 중기 ─ 이 땅에 새겨진 임진왜란의 상흔
광주 남한산성(조선 중기 ─ 일상 품은 읍성, 일상 지킨 도성
화천 화음동정사와 곡운구곡(조선 중기 ─ 굴곡진 인간사도 흘러가는 별천지
영천 매산고택(조선 후기 ─ 조선 선비의 자가 격리
구례 운조루(조선 후기 ─ 집그림에 담긴 한옥의 이상향
창덕궁 연경당(조선 후기 ─ 효명세자의 예악정치와 궁중극장
성공회 강화성당(조선 후기 ─ 눈물의 섬에 띄운 서도동기의 방주
구 서울역사(일제 강점기 ─ 구보 씨의 경성과 타자의 건축
여수 애양원(일제 강점기 ─ 기억하라 존중하라 치유하라
제주 알뜨르비행장(일제 강점기 ─ 무모한 일제의 광란, 그 치욕의 유산
서울 세운상가(대한민국 ─ 굴곡졌던 어제, 혼란스러운 오늘, 다시 세운 내일
서울 절두산성당(대한민국 ─ 전통 문법과 독한 모더니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대한민국 ─ 불시착한 유에프오인가, 새로운 우주인가
군위 사유원(대한민국 ─ 건축의 근본을 다시 묻다
과거는 영원한 현재, 지금이야말로 건축의 시간이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흘러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불가역적 존재이며, 인간의 행위가 없어도, 심지어 인간이 없어도 스스로 작동하는 존재다. 그러나 건축의 시간은 다르다. 건축적 시간의 태초란 어떤 원시인이 나무를 휘어 해와 비를 가릴 수 있는 원두막을 지었을 때다. 건축적 행위가 없으면 건축의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건축적 행위는 기록이나 유적을 통해 흔적을 남긴다.
건축인문학자인 저자는 이 땅에 남겨진 건축적 폐허들의 번역을 통해 당시의 건축적 사유들을 그려보려고 이 책을 썼다. 그리고 그 건축적 사유를 통해 당시의 정치 문화적인 사회사를 그리려 했다. 숨과 삶을 품는 건축은 영겁을 지나도 근본과 현재 사이에서 또 묻고 또 대답한다. 삶과 일체화된 시간 속에서 과거가 영원한 현재라면 미래 또한 늘 현재일 수 있다. 과거의 건축 속에서 현대 건축을 발견할 수 있다면, 미래의 건축은 현재의 생각과 선택에서 잉태될 것이다. 근원을 묻고 현재의 물음에 충실히 답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