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우리 왕할머니랑
돌담 틈새로 엿보는 상상의 세상
우리 가족 왕할머니는 올해 아흔한 살인 증조할머니예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요. 왕할머니는 몸이 많이 편찮으시고 얼굴도 손발도 쪼글쪼글 주름이 많지만, 나를 얼마나 예뻐해 주시는지 몰라요. 지난번에 왕할머니 집에 갔을 때는 다 같이 피자를 먹었어요. 할머니도, 왕할머니도 피자를 처음 드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지 뭐예요. 그때 할머니는 피자보다 부침개가 훨씬 맛있다고 했지만, 왕할머니는 “세아가 맛있다니 나도 맛있다.” 하고 이야기하셨어요. 자주 만나지 못해도 우리 왕할머니는 엄마보다도 나를 더 잘 이해해 주고, 말도 잘 통한다니까요!
비행기를 타고 엄마가 태어난 제주도에 가서 할머니와 왕할머니를 만나기로 했어요. 왕할머니 집 앞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돌담이 쌓여 있고, 계절마다 예쁜 꽃도 한가득 피어요. 돌담 너머로는 파란 바다도 넓게 펼쳐져 있지요. 이번에는 엄마가 “할머니 집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금지, 게임도 금지!”라고 엄포를 놓았답니다. 그래서 도착 전부터 뭘 하고 놀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할머니 집에는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나오지 않고, 동네도 익숙하지 않아서 혼자 집 밖으로 나갔다가 길을 잃어버린 적도 있거든요.
그렇지만 걱정도 잠시! 정말 재미있는 놀이를 찾았답니다. 그것도 왕할머니랑 하는 마법 같은 비밀 놀이예요. 집 밖을 나서기도 힘든 왕할머니지만, 역시 왕할머니랑 나랑은 통하는 데가 있다니까요. 왕할머니랑 하는 비밀 놀이가 뭔지 궁금하다고요?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될 수도 있는 상상 속 세계로 떠나는 구멍놀이랍니다!
“상상하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뭐든 될 수도 있지.”
고모, 이모부, 이종사촌, 고종사촌……. 가족과 친척을 둘러보면 아주 다양한 호칭이 있지요. 그중에도 엄마의 엄마, 아빠의 엄마는 할머니라고 불러요. 그렇다면 할머니에게도 엄마가 있겠지요. 할머니의 엄마는 ‘증조할머니’라고 부릅니다.
『구멍놀이 친구』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