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레스토랑, 호텔, 극장, 대학, 은행 등
본래는 귀족들이 누리던 문화를 어떻게 대중들이 누릴 수 있게 되었는가
대학에 가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스터디클럽에서 공부를 하고 해외여행을 위해 호텔을 예약하며 은행에서 환전을 하는 우리의 일상은, 200년 전만 해도 평범한 일상이 아니었다. 귀족들이 누리거나 최소한 당시의 신흥중산계층이라 할 수 있는 부르주아, 젠트리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였다. 그렇다면 과거 귀족문화이던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일상적인 대중문화가 되었을까.
저자는 현대사회를 결정지은 3가지 혁명을 영국의 명예혁명과 산업혁명, 프랑스의 대혁명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명예혁명을 일으킨 주역은 17세기 영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부유한 농민들이자 신흥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 젠트리 계층이고,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킨 주역은 도심 전문직과 부유한 소상공인이라 할 수 있는 부르주아 계층이다. 따라서 젠트리와 부르주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현대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17~18세기 영국에 등장한 젠트리와 프랑스에 등장한 부르주아는 어떤 배경에서 탄생한 인물들일까? 그들은 유럽의 근대 역사와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 『대중의 시대 보통의 건축』은 젠트리와 부르주아가 드나들었던 건축과 공간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마치 한 권의 역사책처럼 그 시대를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저자는 건축을 건축으로만 보지 않고 인문학의 한 분야로 보려고 하였고, 또한 건축을 미학이나 공학의 관점이 아닌 세계사의 하위분야로도 보려는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이 책에서도 드러내고 있다.
부르주아와 젠트리는 하루 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고 르네상스 시기인 15세기부터 시작된 사회변화의 결과였다. 중세사회가 근대사회로 되기까지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200~300년에 걸친 점진적 변화가 있었고 또한 그 과정은 자율적이고 자생적인 과정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모든 과정이 빠르고 압축적으로 진행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