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파트들을 모두 없애면
길고양이들은 어디로 갈까?
지어진 지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운 아파트를 짓는 것을 ‘재건축’이라고 합니다. “5층짜리 허름한” 아파트를 부순 자리에 “높다랗고 번쩍번쩍한” 아파트를 지으려는 겁니다.
동화 《이사 가는 고양이》에 등장하는 목화 아파트도 재건축 대상입니다. 거의 평생을 목화 아파트에서 살아온 난희는 옆 동네로 이사를 가서 새로운 학교에 적응해야 합니다. 친한 친구 수경이는 훨씬 먼 곳으로 이사를 가서 자주 볼 수 없습니다.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건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목화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길고양이들도 이사를 가야 합니다. 난희는 이 상황에 대해 엄마에게 걱정스레 물어봅니다.
“근데 엄마, 목화 아파트 다 부수면 거기 있는 고양이들은 어떻게 해?”
“지들이 알아서 어디론가 가겠지.”
“갑자기 고양이들이 어디로 가? 평생 그 동네에서만 살았는데.”
난희 엄마의 말처럼 길고양이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어디론가 갈까요? 인간의 필요에 의해 공간을 바꾸면서, 그곳에 사는 동물들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을 걸까요?
공존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주체적인 어린이를 그린 동화
옆 동네로 이사를 간 후에도 난희는 사람들이 모두 떠난 목화 아파트를 계속 찾습니다. 자신이 아끼는 길고양이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길고양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길고양이들의 이사를 적극적으로 돕게 됩니다.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어린이가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사는 곳을 잘 옮기지 않습니다. 재건축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삶의 터전을 바꿔야 하는 경우, 밥그릇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이동을 독려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 터널이나 임시 쉼터를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 ‘이사 가는 고양이 프로젝트’라 불리는 길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