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며
1장 대학으로의 길
1. 서양 교육의 전통 | 2. 12세기의 변화들 | 3. 대학의 형성
2장 최초의 대학들
1. 볼로냐 대학 | 2. 파리 대학 | 3. 옥스퍼드와 그 외의 대학들
3장 중세 대학의 유산
1. ‘유니버시티’의 유래와 의미 | 2. 대학의 체계 | 3. 중세 대학의 사회적 유익 | 4. 자치권
4장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1. 중세 후기 대학의 변화 | 2.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확산 | 3. 종교개혁 | 4. 유럽을 벗어난 대학
5장 위기의 대학: 17~18세기
1. 변화된 힘의 균형: 교회에서 국가로 | 2. 낡고 보수화된 대학 | 3. 대학의 경쟁자들
6장 대학 개혁의 시대
1. 프랑스: 대학 없는 대학 개혁 | 2. 독일: 근대 대학의 모델 | 3. 영국: 전통을 유지한 혁신 | 4. 19세기 대학 개혁의 특징
7장 미국 대학의 부상
1. 위기와 혼돈의 유럽 대학 | 2. 미국식 대학의 틀 갖추기 | 3. 제2차 세계대전이 바꾼 세계 대학의 중심
8장 확장되는 지평, 확대되는 기회
1. 미국 대학의 황금기 | 2. 유럽 대학의 전후 복구 | 3. 전 지구적 현상으로서 대학 | 4. 고등교육의 대중화
9장 자본의 지배와 대학
1. 자본 그리고 대학 | 2. 세계화 | 3. 저항 혹은 대안
참고문헌 | 찾아보기
위기,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에 응답하지 못한 결과
중세 대학은 교회가 독점하던 지식을 대학으로 가져옴으로써 이후 서양 학문의 발전을 이끌었다. 물론 최초의 대학들에서는 교회의 영향력이 막강했고 교수와 학생들 역시 성직자에 가까웠지만, 대학이 추구했던 학문적 지향은 보다 세속적이고 합리적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인문주의, 종교개혁, 과학혁명 등으로 대표되는 서양의 근대 지성이 싹틀 수 있었다. 대학은 지식 분야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중세 유럽의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중세를 지나고 17세기에 접어들면서 대학은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 응답하지 못했다. 학문의 체계, 교육 내용, 학부의 구성 등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 16세기의 종교적 분열은 대학을 더욱 경직시켰다. 학문은 철저하게 종교에 종속되었고, 종교적 차이는 대학에서 배척당했다. 무엇보다 근대 사회의 발전을 견인할 과학 기술의 혁신이 대학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연과학이나 기계공학을 연구하는 인력이 늘고 공간은 확대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는 대학에서 무시되었다. 전통과 권위를 중시하며 이론 중심의 학습에 초점이 맞춰진 대학의 분위기에서 과학과 기술이 교육 과정에 편입되기 어려웠다. 중세 이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들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대학과 전혀 다른 새로운 기관들이 사회 발전을 견인하는 상황은 대학이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으며, 위기에 처해 있음을 의미했다. 대학을 위기로 몰아넣은 원인은 한 마디로 대학과 사회의 괴리 때문이었다. 대학이 가르치는 학문과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 사이의 괴리, 대학이 지키고자 하는 전통과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 사이의 괴리가 더는 용인하기 어려울 만큼 벌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결국, 19세기가 되자 국가가 대학 개혁의 주체로 나섰다.
개혁, 강력한 근대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적 소명
대학 개혁의 방향은 분명했다. 근대화를 위한 필수요건들을 수용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강력한 근대국가 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