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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두근두근 묵정밭 : 책고래아이들 24
저자 이성자
출판사 책고래
출판일 2021-08-27
정가 11,000원
ISBN 979116502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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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정밭’은 오래 내버려 두어서 거칠어진 밭을 뜻해요. 곡식을 품어 주고 잘 자라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지켜 주어야 하는데 잡초만 무성해졌으니 할머니네 밭도 무척 답답하고 속상했을 거예요. 더군다나 다른 밭들은 묵정밭이라며 비웃었지요. 하지만 할머니네 밭은 살러 온 것들은 차마 내칠 수 없었어요. 온갖 벌레들 때문에 밭이 소란스러워도, 들쥐 새끼들이 볼볼볼 기어 다니며 여기저기 헤집고 다녀도 그저 타이르며 지켜보았지요. 오히려 다른 밭들이 야단이었어요.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는가 하면 할머니네 밭에게 ‘자존심도 없냐’고 쏘아붙였어요. 옆 밭들의 성화에도 할머니네 밭은 작은 생명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답니다.

내 몫을 챙기기도 급한 요즘, 할머니네 밭의 모습은 한편 답답해 보일 수 있어요. 베풀고 나누는 삶이 ‘어리석음’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누군가는 실속이 없다며 흉을 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할머니네 밭도 받는 것 없이 내어주기만 한 것은 아니랍니다. 자신의 가슴에서 곰실곰실 생명이 살아 움직인다는 생각에 기뻐했고, 작은 생명들을 보듬고 살피며 자신도 살아갈 기운을 얻었거든요. 만약 할머니 밭이 찾아온 개망초를, 벌레들을 쫓아버렸다면 할머니가 건강을 되찾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했을 거예요. 빈 밭으로 지내는 시간이 무척 괴로웠을 테니까요. 이웃, 친구와 어깨를 맞대고 함께 걷는다는 건 여전히 가치 있는 일이예요. 서로 발이 어긋나 불편하기도 하고, 혼자 달리는 것보다 느리지만 힘든 순간 의지하며 걸을 수 있어요. 단단하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답니다.

활기가 넘치던 할머니네 밭에도 위기가 찾아왔어요. 할머니네 아들, 민규 아빠가 밭을 팔아 버리려고 했어요. 할머니가 더 이상 밭을 가꿀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게다가 묵정밭이 되었으니 얼른 파는 것이 당연했어요. 하지만 민규의 생각은 달랐어요. 물리치료만 조금 더 받으면 할머니가 다시 밭을 가꿀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요. 무엇보다 밭에 씨 뿌리고 가꾸는 일이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