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전에 음식으로 보는 한국사, 한국사로 보는 음식
시작하는 글 어느 경성인의 아침
1장 맛의 제국, 제국의 맛 아지노모도
*서소문, 스즈키 상점 경성 사무소
근대와 함께 개조된 입맛 / 육식을 해야 서양인처럼 강해진다 / “아지노모도를 먹어야 애국입니다!” / 세계로 뻗어나가는 MSG의 감칠맛 / “아지노모도가 있는 집은 평화롭고 건강합니다” / 아지노모도, 제국의 시작 / 제국을 계승해 우리의 것이 된 감칠맛 / 아지노모도, 그리고 발명된 전통
2장 근대의 검은 유혹 짜장면
*인천, 공화춘
인천 또는 런촨의 시작 / 근대와 함께 강제로 열린 인천 / 폭발적으로 늘어난 ‘청요릿집’ /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 짜장면 / 청요릿집에서 중국집으로, 짜지앙미엔에서 짜장면으로 / 늘어나는 짜장면, 줄어드는 화교 / 한국인의 소울 푸드, 짜장면
3장 우리도 그들처럼! 돈까스
*경성역, 양식당 그릴
어떻게 커틀릿은 돈까스가 되었을까? / 칼을 버리고 육식을 시작한 일본 / 천 년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 덴뿌라와 커틀릿의 결합 / 드디어 돈까스의 탄생! / 조선으로 건너온 돈까스 / 일본을 거친 근대, 경양식의 전성시대 / 경양식당에서 분식집으로, 일상이 된 돈까스
4장 달콤한 근대의 침략 설탕
*수원, 권업모범장 사탕무밭
짜내고 끓이고 말려 만들어진 산업화의 맛 / 개항 이후 설탕에 취한 조선 / 식민지 조선, 사탕무 재배를 시도하다 / 더 높이, 더 빠르게 그리고 더 달게 / 포기할 수 없는 달콤함, 사카린의 등장 / 되찾은 들에도 설탕은 오는가? / 백 년 만에 귀한 맛에서 흔한 맛으로
5장 제국과 식민지의 맛 카레
*경성, 미츠코시 경성 출장소
식민지의 마살라에서 제국의 커리까지 / 화양절충으로 얻은 침략의 힘 / “제국의 아들이 앓는 일본의 병을 치료하라!” / 서양의 것으로 덮었지만 그래도 쌀밥 / 군 막사에서 가정으로 스며든 카레 / 식민지에서 제국으로, 다시 제국에서 식민지로 / 일상으로 스며
우리가 조선인에서 한국인이 되기까지,
맵고 짜고 달고 쓴 한국사의 아홉 가지 맛
즉석카레부터 믹스커피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이 즐기는 음식들의 역사를 통해 한국인의 정체를 해명하고자 한 인문교양서. 근대에서 비롯된 음식들을 통해 우리가 전통이라고 알고 있는 입맛은 사실 최근에 길들여진 결과임을 밝힌다. 나아가 ‘음식의 고향은 그것을 먹고 있는 바로 그곳이다’라는 결론을 통해 역사를 상징하는 음식 문화는 언제 비롯되었느냐는 기원이 아니라 지금 누가 누리고 있는지에 따라 정체성이 규정된다고 주장한다.
문화사, 생활사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추리소설처럼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는 점에서는 저자의 전작인 《38년, 왜란과 호란 사이》(2020년 세종도서의 형식을 잇고 있으며, 근대와 경성이라는 배경의 연속성에서 보자면 ‘경성 셜록’ 류경호 등 등장인물들을 공유하는 《별세계 사건부》(시공사, 2017의 후속작이다.
○ 음식에는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는 역사가 된다
“두 유 노우 김치?” 지금이야 농담처럼 취급되지만 얼마 전까지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이 처음 받는 질문들 가운데 하나였다. 이 진부한 물음에는 자부심과 콤플렉스가 얽힌 복잡한 역사관이 바탕에 깔려 있지만, 자신들의 전통음식에 대한 감상을 질문하며 이방인을 시험하는 풍경이 한국에 국한된 사례만은 아니다. 인간에게 음식은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변호인〉에서는 주인공이 각성하는 데 돼지국밥이 주요 소재로 쓰이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은 주인공이 유년기를 떠올리는 촉매로 활용된다. 《허삼관 매혈기》에서는 돼지 간볶음과 황주를 통해 하루 벌어 하루를 넘기는 서민들의 삶을 은유하며, 《칼의 노래》에서는 역사의 격랑에 휘말린 개인의 삶을 밥을 넘어가게 하면서도 속되고 비린 냄새를 풍기는 젓갈에 포갠다.
역사와 음식은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살아간다는 것이란 섭취와 배설의 연속 과정이기에 사람을 굴러가게 만드는 연료인 음식은 살아가는 인간에게 켜켜이 쌓여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