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에 대한 감상
주인공들의 현란한 모험이나 액션, 사랑에 동참하길 강요하는 많은 만화와 비교해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는 객관적인 앵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하는 게 전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이야기’들이 ‘내 이야기’가 된다.
아버지가 되고 나서, 아버지의 죽음과 마주하고 나서, 겨우 아버지를 이해하는 주인공의 마음은 내 마음에 공명한다.
소설도, 영화도 도달할 수 없는 깊은 여운의 지점을 보여준 『아버지』를 이 땅의 모든 아버지와 또 아버지가 될 남성들에게 권한다.
- 박인하 (만화평론가,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만약 당신이 만화란 ‘웃기는 것’ 이며, ‘어린이들이나 보는 것’이고, 그래서 만화를 보지 않는다면 일단 『아버지』를 읽어보기 바란다. 다행히 당신이 만화를 좋아하더라도 , 만화는 한바탕 웃음거리이며, 그래서 현실과 동떨어진 볼거리로만 즐겨왔다면 역시 『아버지』를 읽어보기 바란다.
모든 만화가 과장된 그림들이 정신없이 이어지는 화면과, 그 위로 등장하는 뾰족뾰족한 모양의 말풍선 속에 담긴 황당한 대사들이 물리적으로 결합된 현란한 볼거리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읽고 나면 휘발되어버리는 순간의 재미만이 아니라 오래오래 울림을 남기는 묵직한 감동을 주는 만화도 있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야말로 그 증거다. 그의 만화에서 ‘그림’과 ‘이야기’, 그리고 ‘독자’는 행복한 화학적 결합으로 하나가 된다.
- 구본준 (한겨레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