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친구, 중력이!
작은 요정이 아기의 발에 묶인 실의 다른 끝을 가져다준 지구 중심에 있는 커다란 누군가는 바로 ‘중력이’였다. 아기는 태어나기도 전에 아직 한 번도 가 보지 못하고 또 가 보지 못할 지구의 중심에 있는 ‘중력이’와 연결된다. 손으로 지구의 모든 것과 연결된 실을 꼭 쥐고 있는 ‘중력이’. 그 실들을 놓아 버리면 우주 너머로 모든 것을 날려 버릴 수도 있는 ‘중력이’. 작가의 상상력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중력’을 지구 중심에 살고 있는 커다랗고 힘이 센 ‘중력이’로 만들어 냈다.
이 책은 보이지는 않지만 ‘나’와 분리되지 않는 대상들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눈에 보이는 ‘관계’에만 집중하다 보면,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나’와 긴밀히 연결되어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무감하게 지나칠지도 모른다. 어쩌면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과 함께 공존하고 서로가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우리를 둘러싼 존재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중력이’ 같은 많은 친구들이 곁에 있음을 느끼게 한다.
안녕, 중력아!
안녕, 아이야!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아이는 슈퍼맨 망토를 입고 높은 곳에 오르고,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중력이는 자신을 벗어나려는 아이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중력이는 아이가 할아버지가 되어 삶을 마감할 때쯤에야 살며시 연결되어 있던 줄을 풀어 준다.
작가는 ‘삶과 죽음’을 중력이의 ‘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어짐과 끊어짐’, 그리고 ‘속박과 자유’라는 의미를 담아 이야기한다. 많은 것들과의 ‘얽힘’이 때로는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얽힘’은 우리의 생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만드는 소중한 인연들과의 관계이고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반면에 모든 것에 대한 자유는 죽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