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함께 살아요!
혼자 사는 ‘나’는 식사 준비 중이었다. 그때 언제부터 있었는지, 부엌의 작은 창문에 올라앉아 생선을 굽고 있는 ‘나’를 고양이 한 마리가 흘끗흘끗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우연히 ‘나’의 공간에 불쑥 들어온 길고양이는 오로지 ‘나’의 공간이었던 나의 부엌, 나의 침실 등 집안 곳곳을 오가며 ‘나’와 함께 살아간다.
어느덧 함께 침대를 쓸 정도로 가까워진 ‘나’와 고양이였지만, 함께 생활할수록 고양이가 일으키는 크고 작은 문제로 갈등이 일어난다. 고양이는 나의 화분을 깨고 나의 벽지를 망가뜨리고 나의 TV를 쓰러뜨린다. 오로지 ‘나’의 공간이었던 집이 점점 고양이의 공간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제 곧 명절이라 한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데 고양이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나’와 ‘고양이’는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공존을 위한 균형점 찾기
첫 장면을 펼치면 어느 골목길에나 적혀 있을 듯한 ‘조심’이라는 글자가 담벼락에 적혀 있다. 마치 앞으로 있을 ‘나’와 ‘고양이 미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공간에 낯선 대상을 받아들여 함께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걸 경고하는 듯하다.
주인공 ‘나’는 낯선 대상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랍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을 찾아온 새로운 존재에 관심도 생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공간’에 고양이가 함께 하길 원했다. 미미는 높은 곳으로 뛰어오르고, 발톱으로 벽을 긁고, 날아다니는 동물을 쫓아 움직인다. 창가에 둔 화분이 깨지고, 벽지가 찢어지고, 텔레비전과 가습기도 망가지고… 점점 고양이는 ‘나’의 공간을 모두 차지할 것만 같은 커다란 모습으로 변해 간다. 미미는 그저 자기 모습 그대로 행동하는 것이지만 이곳은 여전히 ‘나와 고양이’의 공간이 아니라 ‘나’의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주인공 ‘나’에게 있어서 고양이는 나의 공간을 차지하려는 불편한 존재로 점점 커다랗게 변해가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건 ‘나’의 공간이 ‘나와 누군가’의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