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다시 만나지 못하는 걸까요?
흔히 죽음은 어린이에게 너무 무겁고 어두운 주제라고 여기지요. 하지만 어린이들도 이런저런 이별,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어요. 세상에 태어난 사람, 생명은 누구나 언젠가 죽어요.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듯이 죽음 또한 삶의 과정 중 하나니까요.
이 책의 글을 쓴 다니카와 슌타로는 80세가 훨씬 넘은 호호 할아버지예요. 술술 잘 읽히는 쉽고 아름다운 시를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일본의 국민 시인이기도 하고요. 저자가 처음 죽음을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었다고 해요. 당시 교토에서 살고 있던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는 어머니와 가차를 타고 그곳으로 갔지요. 하지만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시고 말았대요.
“어머니가 작별 인사를 하고 오라고 하셔서, 나는 혼자 할아버지가 누워 계시는 방에 들어갔다. 얼굴 위에 덮인 하얀 천을 걷어 올리고 할아버지 이마에 손을 대어 보니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웠다. 왠지 모르게 무서워져서 다른 식구들이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손으로 만져 본 듯한 느낌이었다. 책에서 읽거나 영화에서 본 죽음과는 완전히 달랐다.”
저자는 그때의 경험을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겪으며 죽음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 소녀의 이야기에 녹여 내어 이 책을 썼어요. 소녀는 할아버지의 이마가 차가워서 두려웠지만 할아버지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 중 슬퍼서 우는 사람보다 할아버지와의 좋은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서 놀라요. 그리고 자기도 왠지 별로 슬프지 않아서 별로 울지 않았다고도 하지요. 할아버지는 더 이상 안 계시지만 소녀는 할아버지가 어딘가 계실 것만 같아요.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거나 녹화된 영상을 보면 할아버지가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끼니까요. 아버지는 영혼이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보이지도 냄새 맡을 수도 없는 영혼이 있다고 할 수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