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공동체와 지역의 미래
역사는 기억하기에 달려 있다. 기억하기가 단순히 관념이 아니라면, 기억하기는 몸에 새기고 익히며 전하고 나누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삶과 의지의 문제이다. 특히 지배적 기억의 ‘자락’에 위치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은 기억하기를 통해서만 역사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를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의 기억만으로 역사가 되기엔 충분치 않으며 적극적인 기억하기에 대한 요청과 호소가 필요한 법이다. 이미 상실된 세계를 기억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선 문자와 이미지만큼 적절한 것이 없으니, 이를 책으로 만들어 공유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그것이야말로 기억하기를 역사화하는 첫 번째 경로이며 더불어 기억을 ‘미래’로 투영하는 일일 터이다.
<정방록을 찾다―수영 25의용>(김종수, 비온후, 2021은 ‘기억하기’는 물론이고 ‘기억 공동체’가 일구어온 자취들을 꼼꼼히 쓰고 관련한 자료들을 풍부하게 배치한 저작이다. <정방록>은 이른 바 ‘조일전쟁’(최근 역사학계 내에서 배타적 민족주의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임진왜란 대신 조일전쟁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었다 당시 수영을 끝까지 사수한 스물 다섯 명에 대해 전후 동래부사가 남긴 기록물이다. 이 기록물을 근거로 해 25의용의 자제들이 모여 이들을 기려오다가 일제 강점기에 힘겹게 모임을 통해서 끈질지게 유지되었다. 이후 제수 비용을 위해 마련해둔 땅을 넘기는 바람에 1988년 (사수용의용충혼숭모회를 만들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저자의 부친인 故 백산 김기배(전 동흥농약, 동흥농장 대표가 이 기억 공동체의 초대 대표를 지냈으며 저자는 혈족으로서 의무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공통기억을 기록하고 이를 공유하겠다는 의지로 책을 발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조선시대의 역사에만 한정되지 않고 수영의 다채로운 역사와 동시대를 아울러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거듭한다. 무엇보다 풍부한 자료와 해제 그리고 그간 수영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자취에 대한 꼼꼼한 기록은 지역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