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제1장 들어가며
제2장 지모신신앙과 여신
지모신신앙의 성립|혈거신 숭배|대지 숭배와 출현신화|요약
제3장 창세신화와 여신
지모신과 창세신화|설문대할망 설화|마고할미 설화|요약
제4장 산악신앙과 성모
산악신앙의 성립|성처녀로서의 성모|성모신 기능의 확장|성모신의 세속화|성모신앙권 설정|요약
제5장 농경의 기원과 여신
농경과 여성|복합형 신화|프로메테우스형 신화|하이누벨레형 신화|요약
제6장 사랑과 갈등의 여신
억제된 여성의 삶|자매간의 애증|사랑을 이루기 위한 열정|요약
제7장 이계 방문의 여신
이계의 상정|바리공주 신화|초공 본풀이|요약
제8장 이계 출자의 여신
상상의 공간|허황옥의 외래|세 왕녀의 외래|용녀 외래|요약
제9장 제의와 여신
제의와 신화|여서낭 신화|곰나루 여신|요약
제10장 맺음말
주ㆍ참고문헌ㆍ찾아보기ㆍ수록 도판 크레디트
총서 ‘知의회랑’을 기획하며
이 책의 문제의식
여신신화가 처해온 사회 환경
인류 역사가 긴 가부장제의 사회를 거치는 동안, 여신신화들은 많은 부분 변형되고 왜곡되었고, 신격에도 변화가 초래되었다.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죽음과 불행이 여성에 의해 초래되었다는 판도라 이야기나 이브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판도라가 금단의 항아리를 열었기 때문에 이 세상에 불행이 존재했으며, 이브가 무화과 열매를 따서 먹었기 때문에 인류가 낙원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은 인간 세상에 비극을 가져온 장본인을 공히 여성으로 지목한다.
한국에서는 죽음과 불행이 여성들로 말미암아 초래되었다는 신화가 발견되고 있지는 않지만, 여신들의 권위가 추락하고 비하된 흔적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죽어가는 부모를 살려내기 위해서 저승 세계로 여행하여 그 약을 구해온다는 ‘바리공주 신화’에서 그녀가 저승 여행의 주체가 되고, 또 무당들의 조상인 무조신(巫祖神이 된다는 이야기는 여신의 권위가 실추되어 그에 얽힌 신화도 변개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더욱이 조선시대에는 지배 이데올로기 정립의 기반이 된 성리학의 영향으로 여성의 활동이 극도로 제한되었다. 이때 정착된 여성 경시 풍조는 지속되어, 이후 외부와 내부의 대립이 남성과 여성의 대립으로 대치되고, 대외 활동은 오로지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지기도 했다. 여성의 반경은 위축되었고, 여신신화도 자연히 마모되고 변개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신신화의 전거, 지모신
하지만 이러한 차별적 환경과 여건 하에서도 여신신화들은 면면히 계승되어 왔다. 여신신화는 그 자체로 ‘전승의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거니와, 이는 남성 지배의 사회에서도 여성과 여신격은 나름대로 역할을 다하고 있었으므로, 이에 얽힌 이야기들이 수이 사라질 수 없었다는 증거가 된다.
이 책은 이러한 한국 여신신화들에 대한 총체적 정리의 시도다. 일찍이 우리 민족에게도 다른 민족과 마찬가지로 지모신(地母神신앙이 성립되었으며, 그에 따라 지모신 숭배가 이루어지면서 많은 여신신화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