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가 소리쳐요
하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해요
나는 나탈리예요. 내게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끔찍한 비밀이 하나 있어요. 그 비밀은 어떤 아저씨만 알아요. 그 아저씨는 엄마가 이 비밀을 알게 되면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을 거고, 난 평생 감옥에서 살 게 된대요. 난 너무 무서워서 비밀을 나 혼자 끌어안고 있어요. 비밀이 내 머릿속에도 가슴속에도 가득 차서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매일 밤 악몽 때문에 잠드는 게 무서워요. 일어나면 땀에 흠뻑 젖어 있곤 해요. 창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그냥 밑으로, 길바닥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몇 주하고 며칠이 지났지만 끔찍한 비밀은 여전히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어요. 다들 내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지 묻지만 말할 수 없어요. 그걸 알면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을 테니까요. 비밀을 잊어버리려고 난 마구 달리기도 하고 몇 시간씩 목욕도 해요. 하지만 비밀로부터 도망칠 수가 없어요. 저 멀리 어디론가 달아나 지금의 나랑 다른 나탈리가 되고 싶어요. 다시 전처럼 잘 웃는 내가 되고 싶어요. 다시 전처럼…….
미술 시간에 새와 꽃과 해님을 그리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릴 수가 없었어요. 어떤 아저씨로부터 도망치는 여자아이를 그렸어요. 그러다가 화가 나서 종이를 마구 찢어 버리고 발로 밟아 버렸어요. 미술 선생님은 내 모습이 이상한가 봐요.
쉬는 시간에 미술 선생님이 내게 그림을 그려서 보여 달라고 했어요. 나는 밤마다 마룻바닥이 삐거덕거리게 하는 아저씨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여자 아이의 그림을 모래 위에 그렸어요. 미술 선생님에게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너무 무서워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이제 엄마가 날 사랑하지 않을까 봐, 감옥에 가게 될까 봐 두려워서 엉엉 울었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내게는 아무 잘못도 없대요.
비밀을 말하고 나니까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아요. 엄마, 아빠, 할아버지와 친구들에게도 내 비밀을 말할 거예요. 그러면 마음이 나비만큼이나 가벼워지겠죠. 빨리 그림을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