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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벽이 만든 세계사
저자 함규진
출판사 을유문화
출판일 2020-02-20
정가 15,000원
ISBN 978893247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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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제1부 사람은 장벽을 쌓기 시작하고

1. 만리장성
수수께끼의 대장벽, 만리장성
장벽 중의 장벽!
만리장성은 군사적으로 쓸모없었는가?
맹강녀는 만리장성을 무너뜨렸을까?
진의 토성(土城에서 명의 전성(塼城까지
21세기의 세계, 만리장성은 무슨 의미일까?

2. 하드리아누스 장벽
제국의 끝에 서서
로마 유일의 석축 장벽, 그 특별한 의미
로마, 그 이후

3. 테오도시우스 성벽
삼중의 성벽, 시민의 염원으로 세워지다
위대한 방패를 겨눈 위대한 창
십자가가 십자가를 유린하다
최후, 최강의 도전자가 오다
천 년의 신화가 끝나던 날
성벽은 무너졌지만, 교훈은 남는다

제2부 근대의 장벽, 분리와 결속의 이름으로

4. 오스트레일리아 토끼 장벽
세계 최장의 울타리, 그러나 효과는?
애버리지니와 토끼 장벽

5. 코뮌 장벽
“피 맺힌 깃발을 들어라!”
불안과 내분
찾아온 파국
십자가도 교회도 없는 무덤에서 ‘그 장벽’을 말하다

제3부 세계 대전과 냉전, 둘로 쪼개진 세상

6. 마지노선
제1차 세계대전의 충격과 공포
마지노선의 명암
“마지노선을 사수하라!”
방어만을 강조하는 방어의 위험

7. 게토 장벽
반유대주의, 되살아나다
바르샤바 한복판에 세워진 장벽
장벽 안쪽의 생지옥
학살, 봉기, 방화
장벽은 평등을 준다

8. 베를린 장벽
장벽이 세워지기까지
왜 탈출자가 끊이지 않았는가?
‘말실수’로 무너진 장벽?
돈벌이 거리가 된 비극의 잔재

9. 한반도 군사분계선, 그리고 DMZ
38선에서 휴전선으로
‘비무장지대’ 아닌 비무장지대
장벽의 고요, 그 속의 피와 눈물
장벽을 허물, 사람의 지혜와 인내를 기대하며

제4부 무너진 마음, 견고한 장벽이 되다

10.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
바벨론의 강가에 앉아, 우리는 울었다네
박해받던 자들이 박해받던 그대로
인티파다와 장벽의 탄생
때로는 숭고할 정도로 감동적이고
때로는 역겨울 정도로 파렴치한 벽의 세계사

바리케이드가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는 19세기 프랑스의 파리코뮌 투쟁이다. 파리코뮌의 바리케이드는 권력자가 피지배자들의 저항을 막기 위해 치는 장벽이 아니라, 학대받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기댔던 장벽이다. 민중들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장벽이 끝내 무너질 때까지 목숨을 바쳐 저항했다. 물론 그들 안에도 인간의 나약한 본성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 역사에서 숭고함을 느낄 정도로 감동적인 면모를 본다. 또 동로마제국의 굳건한 방패였던 테오도시우스 성벽을 지키던 시민들도 위대한 희생과 저항의 역사를 써 나갔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삼중으로 마련된 튼튼한 물리적 장벽이기도 했지만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를 반복하던 콘스탄티노플 시민들의 의지이기도 했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비록 오스만제국의 공세에 결국 무너졌지만 동로마 천 년 제국의 신화를 지키던 위대한 방패였다. 이렇듯 벽의 역사는 때때로 우리에게 믿기지 않는 감동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런 역사보다는 부정적으로 기억될 벽의 역사가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벽은 저항과 투쟁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너’와 ‘나’,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가장 확실하고 폭력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의 만행으로 끊임없는 박해에 시달리던 유대인들은 끝내 폴란드의 바르샤바 게토를 비롯한 여러 개의 게토에 갇히게 된다. 그들은 대부분 게토에서 근근이 목숨을 이어 나갔고, 게토에서 지내다 홀로코스트 열차에 탑승하고 만 유대인도 그 수를 셀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역사를 간직한 유대인은 21세기에 들어 자신들이 당한 바를 그대로 실천하기에 이른다. 아픈 역사를 청산하고자 이스라엘을 세운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번영과 안위를 위해 그 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내고 분리 장벽 속에 가두고 말았다. 나치의 만행을 그대로 베낀 듯한 이들의 행동은 지금도 끔찍한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