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1장 반려종과 실뜨기하기
복수종의 스토리텔링과 반려들의 실천
캘리포니아 경주용 비둘기와 비둘기 애호가들
신뢰할 수 있는 여행자들
2장 촉수 사유: 인류세, 자본세, 쑬루세
인류세Anthropocene
자본세Capitalocene
쑬루세Chthulucene
3장 공 ? 산 : 공생발생과 트러블과 함께하기라는 활기찬 예술
공생발생
‘안으로 말림’의 모멘텀으로 과학과 예술을 엮어 짜기
트러블과 함께하기를 위한 과학예술 세계 만들기
맺으며: 실들을 묶기
4장 친척 만들기 : 인류세, 자본세, 플랜테이션세, 쑬루세
5장 카밀 이야기: 퇴비의 아이들
카밀의 세계를 상상하기
카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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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과 함께하기, 응답 능력 키우기
호주 멜버른 배트맨공원에는 둥근 탑 모양의 거대한 비둘기집이 있다. 야생 비둘기들을 위해 둥지 상자 200개를 설치한 곳이다. 비둘기들이 찾아와 알을 낳으면 사람들이 인공 알로 교체하고, 비둘기는 이것을 품는다. 비둘기 개체수가 불어나 문제를 일으키자 세계 여러 도시가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하는 등 배제의 정책을 펴는 데 반해 배트맨공원은 집을 마련해주고 부화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비둘기에게 가혹한 처사로 보이는 이 방식에서 해러웨이는 ‘트러블과 함께하기’의 작지만 실질적인 예를 발견한다. 경주용 새, 전시의 스파이, 과학연구의 파트너, 애완동물, 도시의 반려… 오랜 세월 인간과 서로를 길들여온 비둘기가 유해 동물이 된 현실에서 이 문제를 말끔히 없애줄 해법은 없다.
트러블과 함께한다는 것은, 복잡하고 애매한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즉각 응답하는 것이다. 완벽한 해결책을 요구하거나 ‘게임 오버’라며 절망에 빠지는 대신, 트러블과 함께 머물면서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한 응답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 비둘기집은 낙태 반대 프로젝트가 아니다.” 해러웨이에 따르면 그것은 트러블과 함께하기의 목표인 ‘복수종의 번성’,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한 실천이며, 동물-인간의 진지한 ‘함께?되기’ 시도이다. 그것은 무구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으며, 공원 땅에 얽힌 식민지 정복, 습지대 파괴 같은 복잡한 역사를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완전한 화해나 복구가 아니라, 부분적인 회복 그리고 ‘함께 잘 지내기’ 위한 현실적인 가능성들이다. 문제투성이 세계에서 두텁게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필멸의 존재인 우리는 “절망이나 희망에 굴복”하는 대신, “살기와 죽기 모두에 관한” 응답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마주한 수많은 트러블과 함께.
인류세, 자본세, 플랜테이션세, 쑬루세
트러블은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애매하고 복잡한 사태들이다. 그런데 2000년부터 조명받기 시작한 ‘인류세Anthropoc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