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행복한 파랑 놀이터
‘나는 수영이 좋아요.’ 산뜻한 고백과 함께 시원한 파랑이 펼쳐집니다. 노란 수영모를 쓴 주인공은 물결을 휘휘 감으며 혼자 놀다가 뒤따라오는 물장구 장단에 맞춰 쭉 나아갑니다. 많은 사람 틈에 섞여 한바탕 내달리면서도 아이는 매 순간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수영장으로 보이는 이곳은 오롯이 자기만의 세상이기 때문이지요. 작가는 좋아하는 것에 마음껏 몰입하는 행복한 시간을 파란색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아이는 좋은 느낌을 따라 신나게 꿈길을 확장해 나갑니다. 함께여도 좋고 혼자여도 좋고, 또 좋아하는 것을 꼭 잘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사실 아직은 수영이 서툴지만, 수영을 좋아하는 마음은 포근한 이불이 되어 달콤한 꿈을 선물합니다. 꿈이 사라질 때쯤 아이의 엷은 미소에 뿌듯함과 기대감이 스며듭니다.
오감을 깨우는 강력한 시원함
파란색은 대체로 호감을 주는 색깔이지요. 책장을 펼치면 여러 빛깔의 파랑에 완전히 사로잡힐 것입니다. 색뿐만 아니라 많은 요소를 통해 더 다양한 감각으로 시원함을 체감하게 됩니다. 유영하는 몸짓, 톡톡 튀는 물방울, 일렁이는 타일 선, 물살의 속도감, 물장구가 모이는 소리, 또는 즐거운 함성. 하얀 물보라가 가득 차오르며 여러 감각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에도 기분 좋은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귓가에 울리던 소리와 차가운 촉감은 파도가 지나가며 뚝 잠잠해집니다. 깊은 잠에 들었던 아이가 숨을 고르는 듯 물결도 가만가만 그치지요. 걱정 말아요. 이 수영장에 조급함이나 아쉬움은 없습니다. 모든 감각을 열고 끝없이 펼쳐지는 청량감을 느껴 보세요. 마지막에서 이불 스치는 감촉을 느낀 뒤 첫 장으로 돌아가면, 아이를 휘감는 물결이 따뜻하게 닿을 수도 있답니다.
단순할수록 깊어지는 꿈의 파노라마
이 그림책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 구도로 이어집니다. 익숙한 듯 낯설고, 볼거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매력적인 구도이지요. 그래서 수영 풍경은 단순한 이미지로 나타납니다. 원근감이 배제된 드넓은 파랑을 보며 그 깊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