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반짝, 빛나는 순간!
얼른 퇴근하고 아내에게 줄 여우 목도리를 사러 가려던 고야 씨의 병원에 전화가 걸려온다. 동생이 아프니 와 달라는 어린아이의 목소리. 망설이던 고야 씨는 마지못해 왕진을 나선다. 비바람에 흠뻑 젖은 채 낡은 판잣집에 도착하자, 문을 열고 나온 이는 어린 여우다. 겨우 여우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다니! 고야 씨는 화가 났지만, 심하게 앓는 아기 여우를 외면하지 못하고 간단히 치료해 준다. 그런데 은혜에 보답할 것이 없다고 시무룩해하는 어린 여우 앞에서 고야 씨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엄마 여우를 기다리며, 아픈 동생을 위해 빗길을 헤치고 전화를 걸었을 어린 여우가 안쓰러워서다. 고야 씨는 괜한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아, 백화점에 간다는 핑계로 급히 돌아선다. 그때 어린 여우가 달려와 무언가를 내민다. 바로, 자신의 ‘꼬리’다.
“선물이 마음에 안 드세요?”
어린 여우는 고야 씨의 얼굴을 살폈습니다. 고야 씨는 몸을 낮추어 앉았습니다.
“가져가렴. 나는 이미 다른 걸 너에게 받았다.”
고야 씨는 어린 여우를 꼭 안았습니다.
“참 이상해요. 이렇게 친절한데, 왜 인간은 무섭다고 했을까요? 엄마가 오면 물어볼래요.” (32쪽
첫 번째 작품 「여우 목도리」 속 어린 여우는 고야 씨가 수의사가 아닌 의사이고, 인간임을 알면서도 도움을 청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같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생의 생명을 구해 준 고야 씨에게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기꺼이 내놓는다. 어린 여우가 환히 웃으며 꼬리를 내민 순간, 고야 씨의 마음속에 떠올랐을 수많은 감정은 독자의 마음에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한때 생명이었을 ‘여우 목도리’를 그저 사물로 보았던 죄책감, 도움을 청한 것이 여우임을 알고 화를 냈던 미안함,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어린 생명들을 외면하려 했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그중 가장 커다란 것은, 티 없이 순수한 마음을 받은 데서 오는 깊은 감동이다.
고야 씨는 몸을 낮추어 작은 여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