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5
1. 여신의 탄생: 인류의 욕망이 수면 위로 드러나다 11
2. 성애와 전쟁의 여신: 사랑과 파괴의 욕망을 관장하는 무시무시한 힘 23
3. 파티 퀸: 생기 넘치고 관능적인 아프로디테 숭배의 현장 45
4. 매춘하는 여신, 매춘하는 여성: 만물을 뒤섞는 여신의 본성 61
5. 타 아프로디시아: 성을 바꾸다 83
6. 마니코스 에로스: 광기 어린 사랑 93
7. 비너스와 무한한 제국: 로마 세계관의 중심에는 늘 비너스가 있었다 113
8. 동양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탐낸 여신의 권력 127
9. 중세의 비너스: 성모 마리아의 모습으로 살아남다 141
10. 르네상스를 빛낸 비너스: 인문주의자들의 뮤즈가 되다 161
11. 흥행 보증수표가 된 비너스: 전능한 신에서 억압의 상징으로 전락하다 175
12. 아주 현대적인 여신: 우리는 왜 비너스를 기억하는가 197
에필로그 211
감사의 글 219
참고문헌 222
도판 출처 229
인류가 만든 욕망의 집합체, 비너스
여신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다!
흔히 비너스 하면 벌거벗은 여인 이미지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비너스는 최초로 문명이 탄생한 때부터 지금까지 인류 역사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인간은 왜 여신을 만들어냈을까? 그리고 왜 지금도 우리는 여신과 같은 아름다운 무언가를 욕망하고 있을까? 저자는 역사적 증거로 그 답을 풀어간다.
중동의 한 지방에서는 도끼에 갈비뼈와 다리가 베이고, 화살에 두개골이 뚫린 청동기시대 유골 수백 구가 발견되었다. 이처럼 전쟁과 폭력이 난무했던 당시 중동에서는 인간의 파괴적 충동을 설명하기 위해 죽음과 전쟁의 여신들을 만들어냈다. 한편, 서구 세계에서도 여신이 탄생했다. 그리스인들은 미와 사랑을 향한 불같은 욕망을 신화로 설명했다. 동서양이 교류하면서 중동의 여신들, 그리스 여신, 지역 토착 여신이 하나로 혼합되어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한 후에도 그리스 전역에 퍼졌던 아프로디테 숭배 문화는 이름만 비너스로 바뀐 채 계속되었다. 비너스는 로마 시대에는 세계 정복의 야심을 후원하는 존재로,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문주의자들의 뮤즈로 빛을 발했다. 형태를 바꾸어 재탄생한 여신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최고의 역사적 증거인 셈이다.
비너스에 숨겨진 비밀,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파헤치다
우리에게 익숙한 벌거벗은 비너스는 비교적 최근에 나타났다. 근대에 들어서자 비너스는 욕정을 자극하는 인간 모델로 전락했다. 여성들은 과거 여신들이 가졌던 위엄과 능력은 가질 수 없었으나, 여신의 아름다운 육체는 본받아야 했다. 비너스는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보는 억압과 차별의 구실로 사용되었다. 지금도 비너스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있다.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아프로디테의 꽃 ‘장미’를 선물하며, 피부를 가꾸기 위해 비너스의 새 ‘비둘기’가 그려진 비누를 쓰고, 비너스의 과일 ‘석류’와 아름다운 여자를 연관 짓는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여신과 같은 어떤 대상을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