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형식을 흐트러뜨리는 질문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질병이다”
이 세상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거짓말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진실을 어떻게 쓸 것인가
<언다잉>은 1인칭 시점으로 쓰인, 주로 ‘나’가 주어로 등장하는 책이다. 그런데 이 ‘나’는 지배적인 문화의 유혹에 말려들기 쉽다. “좆같은 백인 지상주의적 자본주의 가부장제”(97는 ‘나’들이 자기 이야기를 말하도록 장려하지만 그로써 특정 내용만을 말하도록 제약을 가하고 이를 통해 이야기의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를 유순한 주체로 길들인다. 오늘날 투병기는 무서운 병마와 맞서 싸워 이긴 개인적인 승리의 서사여야 하며, 더군다나 유방암처럼 젠더화된 질병에 걸린 저자라면 자신의 여성성을 무기로 휘두르는 동시에 여성성을 회복한 서사를 구축해야 한다.
과거에 유방암은 부끄러운 질병으로 여겨져 말하기를 억압당한 주제였다. 반면 핑크 리본과 유방암 인식 캠페인, 긍정적인 태도로 대표되는 오늘날 “그 침묵의 자리는 유방암을 둘러싼 언어가 내는 유례없이 끈질긴 소음이 차지하고 있다”(15. 유방암을 겪은 이들은 “저돌적이고, 섹시하고, 생각이 깊고, 성깔 있는”(93 생존자가 되어야 한다. 또 이 소음에는 문학도 한몫한다. 많은 문학 작품에서 (유방암 환자들은 건강한 자를 부각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따름이다. “그런 문학 작품 중에 형편없는 작품은 하나도 없지만, 용서할 수 있는 작품 역시 하나도 없다”(130.
그러므로 보이어에게 유방암은 “형식을 흐트러뜨리는 질문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질병”이다(13. 그리고 이 세상이 요구하는 형식에서 탈피하는 것이 삶과 글쓰기 모두에서 절박한 과제가 된다. “오직 문학을 위해 생존하고자 애쓰는”(131 그에게 “현시대에 주어진 과제는 침묵을 뚫고 입을 여는 것이 아니라, 툭하면 우리 삶의 이야기를 묵살해 버리는 소음에 맞서 저항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15~16.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구성과 내용, 문체에 이르기까지 <언다잉> 전체를 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