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변증법’을 향하여―어떻게 인간의 해방이 자유의 이름으로 실현될 수 있을까?
게오르크 루카치의 기념비적 저작 『역사와 계급의식』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23년이다. 루카치는 이 책에서 정통 맑스주의의 기초를 맑스의 변증법적 ‘방법’에서 찾으며, 이를 통해 헤겔과 맑스의 변증법을 결합하는 ‘헤겔-맑스주의’의 노선을 정립하였다. 루카치의 헤겔 수용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의식의 변증법이었다. 즉, 루카치의 물음은 프롤레타리아 의식이 어떻게 부르주아적 주객 이분법과 사물화와 물신주의를 뚫고 변증법적으로 새로운 총체성에 도달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는 자본주의적 축적이 난폭하게 시대를 몰아세우는 혁명의 시대에 철학적 열정이 펼친 인식의 지평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덧붙이자면 이러한 루카치의 헤겔-맑스주의는 이후 서구 맑스주의의 발전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1950년대 이래로 ‘인간주의적’ 맑스 해석이 등장하는 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루카치의 헤겔-맑스주의는 이후 알튀세르 학파에 의해 강력한 도전을 받기도 했다. 알튀세르는 루카치와 인간주의 경향의 맑스 해석을 비판하면서 탈주체, 구조, 이데올로기, 무의식, 인식론적 절단과 같은 범주들을 도입하였으며, 특히 헤겔 변증법의 표현적 총체성과는 다른 맑스의 독자적 변증법을 강조했다. 그 이래로 이 두 학파 사이의 논쟁이 헤겔과
맑스의 관계를 둘러싸고 수십 년간 지속되었다.
20세기 현실사회주의가 무너져 내린 지도 30년이 더 지나고 있다. 그 사이 맑스주의 철학과 사상은 말할 것도 없고 헤겔은 서가의 먼지를 뒤집어쓴 낡은 철학으로 여겨지거나 ‘역사의 끝’이란 선언으로 희화화되기도 했다. 기세가 오른 우파 이데올로그들에게만이 아니라 여전히 자본주의 극복을 이야기하는 좌파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헤겔과 맑스 모두가 역사적으로 받아 왔던 비난, 즉 개인이 아닌 전체의 관점에서 사고하며 이로 인해 전체주의나 관료 독재(혹은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정당화했다는